'자동차 사업에 진출할 땐 산업자원부에서, 경영권 세습이 문제될 땐 국세청에서….’
삼성그룹의 외부인사 영입이 기업 고유의 생산활동과는 무관하게 삼성 관련 현안을 다루는 관료와 법조인들에게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나 ‘로비용’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 아니냐는 지적이 시민단체에 의해 제기됐다.
참여연대는 3일 취업과 사외이사 등재 등을 통해 삼성에 공식적으로 영입된 고위공직자와 법조계 인사 등 278명의 학력 및 경력을 분석한 삼성보고서 1부 ‘삼성의 인적 네트워크를 해부한다’를 발표했다. 참여연대의 삼성보고서는 이날 발표된 인적 네트워크 외에 7개 범주별로 6,7차례 가량 더 발표될 예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278명 중 관료 출신이 101명(34.4%)으로 가장 많았고, 학계가 87명(29.6%), 법조인이 59명(20.1%), 언론인이 27명(9.2%) 등이었다. 기업가 등 경제인은 22명으로 7.5%에 불과했다. 관료의 경우 재정경제부 출신이 20명(19.8%)으로 가장 많았고,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구 18명(17.8%), 국세청 12명(11.9%), 공정거래위원회와 산업자원부가 각각 7명(6.9%)씩이었다.
참여연대는 “이들 중 재경부 금융정책실장 출신으로 현재 에스원 사외이사인 K씨는 공정거래법이 기업에게 유리하게 개정된 직후인 2001년 3월 선임됐고, 청와대 경제수석실 출신인 L씨는 김대중 정부의 재벌개혁이 후퇴하기 시작한 2000년에 영입됐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에서도 8명이 이재용 상무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와 관련해 탈세 의혹을 받던 2000년 이후 ‘삼성가족’이 됐다.
특히 삼성은 자동차 기술도입 허가를 받은 1994년 12월 이후 1년 동안 산자부(당시 통상산업부)에서 서기관 K씨 등 4명을 잇따라 영입했으나 자동차사업을 정리한 99년 이후에는 단 1명만 산자부에서 스카우트해 대조를 이뤘다.
참여연대는 “이들은 직무 연관성과 관련된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삼성경제연구소(SERI)에 잠시 적을 두고 있다가 계열사로 옮기는 방식으로 치밀하게 경력 세탁을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 영입 인사 역시 대형 로펌(법무법인) 출신을 선호하는 다른 기업과는 달리 기업 비리의 사법 처리를 담당해온 판사(22명ㆍ37.3%) 검사(28명ㆍ47.5%) 출신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서울지검 특수1부장이었던 S씨는 이재용씨가 관련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의혹사건 배당에 관여한 뒤 지방 근무 후 이듬해 12월 삼성 구조조정본부 부사장으로 취업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한성대 교수) 소장은 “관료와 법조인 등 외부 인사 영입은 삼성의 사업 수행이나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유발되는 각종 법률적 위험요소를 관리하고 정부정책을 포함한 경영환경 전반을 삼성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라며 “삼성이 특수부 검사출신을 영입하는 것도 이들이 기업비리를 방어하는 전술을 지도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생존력 확보를 위해 국내ㆍ외 우수 인재들을 뽑고 있고, 이중 관료와 법조인은 극히 일부”라며 “이들이 회사 부가가치를 낳는 데 필요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채용하는 것일 뿐 로비활동을 위해 영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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