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열린 중고등학생 문학캠프에 참가했다. 문학 강연도 있었고, 백일장도 있었다. 시인 두 명, 소설가 두 명이 함께 참가했는데, 백일장의 글감을 우리에게 정하라고 했다.
아버지, 어머니, 친구, 여름방학, 바다, 강, 나무, 이런 글감들은 평소에 연습삼아 한번씩 써 본 것일 테고, 그래서 한번도 연습해본 적이 없는 글감을 주자고 함께 참가한 작가와 의견을 맞추었다.
다음날 산문부문의 백일장 글감을 ‘베개’라고 적자 참가한 학생들 다들 황당하다는 듯 어, 하고 비명을 질렀다. 모두 저런 글감이 내걸릴지는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그러나 우리 일상생활에 베개만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물건도 없을 것이다.
아이들의 작품을 심사하며 베개는 베고 자는 것만큼이나 안고 자는 용도로도 많이 쓰이며, 잠자리가 바뀌었을 때 가장 생각하는 친구이기도 하고, 화가 나면 형제간에 집어던지며 싸우는 무기이기도 하고, 또 잠잘 때 머리 아래에 받쳐 꿈을 담는 보따리이기도 하지만 화나고 슬프고 외로울 때 눈물을 받아주는 다정한 위로자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우리 일상생활에 이보다 가까운 벗이 또 어디 있을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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