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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스팀보이 - 현란한 볼거리… 주제는 밋밋 '스팀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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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스팀보이 - 현란한 볼거리… 주제는 밋밋 '스팀보이'

입력
2005.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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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보이’는 진작부터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었다.

‘아키라’(1988)로 과학 문명이 불러올 암울한 미래상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보여 주었던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이 선보이는 16년만의 장편 애니메이션이라는 점, 기획에서 완성까지 10년이 걸린 데다 총제작비만도 240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라는 점에서. 지난해 베니스 국제 영화제 폐막작이라는 점까지 더해졌다.

4일 국내에 개봉하는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어떤 실사 블록버스터 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장대한 비쥬얼이 안겨 주는 즐거움은 참으로 대단하다. 하지만 철학적 깊이가 부족하고 캐릭터의 매력을 살려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아키라’로부터 한 세기 반 가까이 시간을 거슬러 온 ‘스팀 보이’의 배경은 과학이 막 태동하고 발전하던 19세기 중엽의 영국이다. 발명에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난 소년 레이에게 어느날 역시 발명가인 할아버지로부터 스팀볼이 배달된다. 거대한 보일러 없이도 동력을 만들어내는 고밀도 압축 증기다.

돈벌이 목적으로 스팀볼을 무기 발명에 응용하려는 오하라 재단 사람들이 스팀볼을 빼앗으려 들이닥치고, 이에 맞서 스팀볼을 지키려는 레이의 모험이 영화의 줄거리다.

이야기는 가족 모험물 형식을 띠고 있다. 과학의 악용을 걱정해 스팀볼을 지키려는 할아버지와 ‘상식을 뛰어넘을 때만 진보할 수 있다’며 순진할 정도로 과학 기술 발전을 맹신하는 아버지 사이에 놓인 레이. 과학이 지닌 두 얼굴을 은유하는 듯 하다.

‘과학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는 이 영화의 주제는 너무도 명쾌하지만, 지나치게 명쾌하고 게다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도리어 공허하다. 게다가 주인공 레이의 캐릭터가 너무나 긍정적이어서 다소 진지하지 못하다는 느낌도 든다.

제 3차 세계대전 이후 인간성을 상실한 인간이 지켜가는 도시 네오도쿄를 배경으로 참혹한 미래상을 보여 준 ‘아키라’나, 옴니버스 영화 ‘메모리즈’(96) 중 ‘대포의 거리’에서 보여 주었듯 파시즘이 지배하는 미래 사회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그 같은 아쉬움은 더욱 불거진다.

가슴을 툭 쏘거나 또는 관객을 심란하게 하는 좀 더 심오한 주제를 기대했더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미야자키 하야오식으로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등장한 것도 아닌 터라 줄거리는 여러모로 빈약하다.

하지만 모든 지적 사항은 거장에 대한 너무도 큰 기대에서 기인한 듯 하다. 증기 기관의 육중함, 톱니끼리 물며 돌아가는 기계들, ‘아키라’에서 도로를 질주하는 오토바이와 맞먹을 레이의 톱니바퀴 열차와 사방팔방 날아다니는 스팀볼, 거대한 스팀성의 위용 등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볼거리가 펼쳐진다. 2004년. 4일 개봉. 전체.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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