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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 (19) 파도를 헤치고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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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 (19) 파도를 헤치고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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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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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극도의 공포심을 일으키는 꿈을 꿀 때가 있다. 그런 꿈을 꾸면 자다가도 깜짝 놀라 일어난다. 꿈이라서 안도의 숨을 내쉬지만 놀란 가슴이 진정될 때까지 다시 잠들지 못한다. 전쟁이 그렇다. 남ㆍ북한 모두에게 공포의 악몽이다. 6ㆍ25 전쟁의 기억은 유전인자처럼 다음 세대에게 이어진다.

북한이 앞세우고 내려오던 탱크가 남한에게는 가장 무서운 무기였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육탄 10용사’의 얘기를 기억한다. 우리 군이 탱크와 대전차 무기체계에 집착하는 것도 이런 악몽 때문이리라.

북한에게는 공중폭격이 끔찍한 악몽이었다. 융단폭격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경험한 북한은 ‘전 국토의 요새화(要塞化)’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부분의 중요 군사시설을 지하에 건설했다. 어떤 폭격이나 미사일 공격, 심지어는 핵무기 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땅속 깊이 파고 들어갔다. 한편으로는 절대적 열세인 공군력을 보완하기 위해 미사일의 개발에 재원을 집중했다.

미사일에 관한 한 북한은 이미 세계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우리는 그런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 우리 주변 국가들 모두 세계적 미사일 강대국들이다. 우리에게는 한가지 걱정이 더 생겼고, 또 하나의 악몽에 잠을 설친다.

북한은 이미 세계선진국 수준

목표물을 제거하거나 무력화하기 위한 비용과 수단을 그 달성한 효과와 비교 분석할 때, 통상전력 중에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수단이 공군력이다. 목표물을 공격하는 화력(火力) 자체의 비용 외에 그 화력을 목표지점까지 운반하는 비용, 즉 항공기의 출격에 따른 비용과 여기에 임무의 긴급성과 우선순위, 일정한 시간 이내에 가능한 출격 횟수 등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는 요소들도 고려되어야 한다. 그리고 숙련된 조종사 양성에 투입된 시간과 자원도 계산하여야 한다. 기상조건 또한 중요한 고려 요소이다.

이에 비해 훨씬 경제적으로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 순항미사일이다. 잠수함, 수상함, 항공기, 지상발사대 등 어떤 발사체계에서도 발사할 수 있고 탄도미사일과 적절히 조합하여 사용한다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대단히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미 육군 32 미사일 방공사령부의 사령관이 ‘순항미사일은 가난한 나라의 공군력’이라고 한 것은 정곡을 찌른 말이다.

실제로 전쟁에서는 순항미사일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순항미사일의 위협에 관한 미국의 지역별 보고서가 있다. 그 중 대만을 분석한 부분을 살펴보자.

대만은 8군데의 주요 공군기지 중 3곳에 군용기를 집중 배치하고 있다. 활주로 파괴자탄(Runway-Cratering Sub-munitions)을 탑재한 75기의 순항미사일로 공격하면 그 3군데 주요 공군기지와 또 한 곳의 항공정찰기 기지의 활주로와 유도로(誘導路ㆍTaxiway)를 파괴할 수 있다.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없도록 일시적으로 기지를 폐쇄할 수 있는 확률이 90%가 넘는다. 대만의 패트리어트용 방공미사일 레이더까지 무력화하는 데는 추가로 10여기의 순항미사일이면 족하다.

중국이 가지고 있는 DH-10 순항미사일은 사정거리 1,500km이다. 발사위치로부터 곧바로 목표지점을 향해 비행하지 않는다. 순항(巡航ㆍCruise)한다는 말 그대로 제 2, 제 3 지점을 우회하여 수면이나 지면 위를 낮게 비행한다. 상대방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부터 목표지점에 접근하기 때문에 방어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이럴 경우, 미국이 대만을 지원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바로 중국의 대함순항미사일 때문이다. 연안 바다 속에 숨어있는 잠수함과 중국 본토 영공에 떠있는 항공기에 장착된 순항미사일이 지원세력으로 배치된 미국의 함정들에게는 심각한 위협이다. 따라서 미국은 군사력을 중국의 순항미사일 사정거리 밖에 전개한 채 대만을 지원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런 점은 우리나라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상공격용 순항미사일 확보

지상공격용 순항미사일(LACMㆍLand Attack Cruise Missile)을 획득하는 방법은 대략 4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외국으로부터 구매, 자체 개발, 대함순항미사일의 개조, 무인항공기(UAVㆍUn-Manned Aerial Vehicle)를 개조하는 것이다. 그 중에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몇 가지 방법을 살펴보자.

대함순항미사일을 지상공격순항미사일로 개량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처음에는 대함순항미사일로 개발됐던 미국의 토마호크(BGM-109A)와 하푼(Harpoon)이다.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은 주로 중국의 HY-4와 러시아의 스틱스(Styx) 미사일을 개조한다.

이런 개조에는 두 가지 중요한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 하나는 항법장치(Navigation System)와 관련된 부품들을 쉽게 획득할 수는 있지만 이를 종합하여 체계로 만들고 필요한 비행통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이다. 또 하나는 장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추진엔진을 제작하는 일이다. 몇 나라가 소형 터보제트 엔진을 개발하여 1,000km까지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는 했지만 이보다 앞선 기술, 즉 터보 팬(Turbo Fan) 설계는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만 독점하고 있다.

무인항공기를 개조하는 것은 대단히 매력적인 방법이다.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약 40여 국가가 600여 종류의 무인항공기를 생산한다. 그 중 80%는 비행거리가 300km 이상이고, 65 %는 500km를 넘는다. 비행거리가 1,000km나 되는 것도 36%다. 이 정도의 비행거리면 순항미사일로 사용하기에 충분하다.

일부 무인항공기에는 GPS/INS 유도장치나 사격통제장치가 이미 장착돼 있어서 곧바로 순항미사일로 개조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무인항공기라도 GPS 수신기와 레이더 고도계를 새로 장착하고, 이미 그 무인항공기에 장착돼 있는 탐지장치(Sensor)와 자료송수신 장치(Data Link)를 떼 낸 무게만큼 탄두와 장거리 비행용 연료를 탑재하면 훌륭한 순항미사일이 된다.

또 하나의 악몽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달리 그 비행경로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때로는 바다나 지면을 따라 낮게 비행할 수도 있고, 상대방의 탐지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도록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그 뒤 쪽으로 비행하며 접근할 수도 있다.

그리고 순항미사일은 수직으로 하강하는 탄도미사일보다 화학무기나 생물무기 탑재에 훨씬 적당하다. 미사일이 일정한 속도로 수평 비행을 하기 때문에 바람 부는 방향을 이용하여 화학무기나 생물무기를 더 쉽게 분사할 수 있다.

미국이 몹시 두려워하는 악몽이 있다. 미국 동해안 1,000km 이내의 수역에서 테러 그룹이 화학탄, 생물무기탄, 더러운 폭탄(Dirty Bomb)이라 불리는 소형 핵 폭탄이나 기타 방사능 물질을 탑재한 미사일을 미국 본토에 발사하는 것이다.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 요즈음은 비교적 규모가 큰 순항미사일과 발사대도 표준 40 피트(12m) 컨테이너에 들어간다. 지구상에는 약 10만척 이상의 상선이 있고, 비교적 쉽게 그 상선의 이름, 깃발, 색깔을 바꿀 수 있으며 심지어는 감시의 눈을 피하기 위해 외형마저도 몇 시간 내에 바꿀 수 있다. 미국 동쪽 바다에서 이런 상선을 검문 검색하려면 최소한 1,000만㎢의 수역을 수색하여야 한다.

2004년 여름, 미국 국방부 산하의 국방과학위원회(Defense Science Board)가 미국 본토방위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양을 운항하는 상선, 순항미사일, 저공 비행하는 비행기는 적이 쉽게 수중에 넣을 수 있는 수단이라면서 미국 국방부는 탄도미사일 방어계획을 보완하여 이런 위협에 대한 방어도 포함하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유하고 있는 막강한 군사력이 미국의 안보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데에 미국의 커지는 고민이 있다. 그럴수록 더욱 초조해져 점점 더 최신, 초정밀, 획기적 위력을 가진 무기체계의 개발에 매달리는 끝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다. 인간에 대한 믿음과 따뜻한 마음을 잃고 전세계로 전선(戰線)을 확대한 나라의 비극이다.

전쟁과 무기체계는 서로 물고 물리면서 어느 한나라에게만 결정적인 우위를 허용하지 않는다. 어떤 나라든, 어느 무기체계든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필자가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순항미사일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중요한 이유이다.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누구이고 그들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윤석철객원 기자 ys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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