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과 승무원 309명을 태운 여객기가 활주로에서 이탈, 기체가 동강나고 화염을 뿜으며 전소했지만 단 한명도 사망하지 않았다. 2일 오후 4시 3분께(한국시각 3일 오전 5시 3분)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서 파리에서 출발한 에어 프랑스 358편 에어버스 A340 여객기가 착륙직후 활주로에서 200m를 벗어나 인근 숲 속의 움푹 패인 작은 골짜기에 처박힌 뒤 불탔다.
그러나 승객 297명과 승무원 12명은 화염이 기체 전체를 뒤덮기 전에 모두 탈출했다. 토론토 당국에 따르면 모두 43명이 경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으나 모두 타박상과 가벼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고 있다.
외신들은 이날 사고를 ‘토론토의 기적’ 또는 ‘위대한 대탈출’이라고 부르면서, 승무원들의 신속한 대응과 승객들의 침착성으로 참변을 피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토 시내에서 20여㎞ 떨어진 공항은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 번개가 치고 있었다. 공항 상공을 몇 차례 선회한 끝에 착륙을 강행한 여객기의 바퀴가 활주로에 닿은 순간 기내에선 일제히 환호성과 박수가 터졌다. 그러나 여객기는 활주로를 벗어났고, 꼬리부분이 들린 채로 골짜기에 기수를 들이밀었다. 기체에선 순간 불꽃이 일었다.
승무원들은 지체 없이 불이 난 꼬리부분을 피해 반대편 출구를 열고 비상 슈트(탈출용 미끄럼대)를 설치했다. 승객들도 냉정을 잃지 않았다. 연기가 자욱해 지면서 비명 소리가 간간이 들렸지만 “대피하라”고 서로를 독려했다. 기내 조명이 모두 꺼졌지만 다행히 기체가 두 동강 나면서 햇빛이 들어와 출구를 찾을 수 있었다. 탈출 후 여객기는 화염에 휩싸여 진화될 때까지 2시간 이상을 불탔다.
불이 난 후미 쪽에 탑승했던 로엘 브라마르는 “마치 대단한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라면서 “여객기가 번개를 맞아 정전이 일어난 것 같았지만, 곧바로 ‘뛰세요’란 목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 휴가를 다녀오던 웬 던롭은 “한 편의 영화에 출연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인근 401번 고속도로를 향해 달렸다. 여객기가 폭발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운전자들은 차를 세우고 차분하게 승객들을 병원으로 수송했다. 이 가운데에는 휴대폰으로 연락을 받고 달려온 승객의 친척도 있었다. AP는 “폭풍우에 따른 급작스러운 풍속변화가 사고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골짜기의 무성한 나무가 충격을 흡수해 승무원ㆍ승객이 정신을 잃지 않은 것도 행운”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고로 에어버스 A340은 취역한 뒤 13년 동안 누려온 무사고 기록이 깨지게 됐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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