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회는 2일 '전후 60년 결의'를 채택했다. 침략의 과오를 저지른 패전국으로서 다시 한번 '항구적인 평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내용은 주변국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1995년 '50주년 결의'에서 명시한 '침략적 행위'와 '식민지지배'등의 표현을 생략해 실질적으론 역사인식이 후퇴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10년간 한일관계는 '괄목상대'(刮目相對)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발전했다. '무라야마 특별담화'(1995년 8월15일)와 '김대중-오부치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1998년 10월8일)이 상징하듯 양국간에 성의 있는 사죄, 그리고 용서가 오고 갔다. 한때 서로에 대한 솔직한 인정과 미래지향적 관계운영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결의는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어렵게 구축한 양국간의 신뢰 기반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화목했던 10년'이 도리어 예외적이고, 이번 결의가 일본 주류 정치인들의 생각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해방이후 일본의 정치가들이 자행해온 망언과 그 '망언의 정신'은 오늘날까지 한번도 무릎 끓은 적이 없다. 도리어 침략전쟁을 '아시아해방 전쟁'이라고 강변하는 야스쿠니(靖國) 역사관과 이를 계승한 후소샤(扶桑社) 교과서의 출현으로 오히려 힘을 얻고있는 중이다.
우리도 무조건 흥분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오히려 일본 주류 정치권의 본질을 냉정하게 파악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8월 들어 일본은 히로시마ㆍ나가사키 원폭피해자에 대한 추도분위기로 숙연해지고 있다.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은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을 돌아보며 더욱 반성하고 참회해야 했는데 '60주년 결의안'에서는 오히려 그것을 빼버렸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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