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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X파일파문/ 오정소씨, 미림팀 재조직 주도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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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X파일파문/ 오정소씨, 미림팀 재조직 주도 '의혹'

입력
2005.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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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안기부 X파일’ 사건과 행담도 개발 의혹 사건에 공교롭게도 오정소(61) 전 안기부 1차장이 동시에 등장하고 있다.

오씨는 1994년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 불법도청조직 미림팀을 재조직하도록 지시한 인물로 지목돼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미림팀과 정권수뇌부 사이에 자리했던 오씨가 입을 열어야 누가 도청을 지시했는지, 어느 선까지 보고가 됐는지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

오씨는 71년 중앙정보부에 공채로 들어가 국내ㆍ외 파트를 두루 거쳤다. 고향이 황해 해주로, 해외로 망명해 ‘반 박정희 활동’을 했던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과 동향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지만, 특유의 보스기질과 능력을 인정받아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국정원 관계자는 그에 대해 “과거 장세동 안기부장 못지않게 의리가 있고 보스기질이 강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오씨는 국정원 자체 조사에서 “책임지겠다”는 말만 할 뿐 도청행위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태도는 ‘직무상 취득한 비밀은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는 정보기관원 특유의 생리일 수도 있지만, 윗선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안기부에서는 오씨 뒤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있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나돌았다. 두 사람은 경복고-고려대 선후배 관계다. 93년 안기부 인천지부장에 부임한 오씨는 1년 뒤 안기부에서 규모가 가장 큰 부서의 장인 대공정책실장(1급)을 맡았고, 이듬해 1차장으로 승진했다. 2년 만에 두 단계나 초고속 승진한 것은 현철씨의 영향력이 작용한 결과라는 얘기가 있었다.

오씨는 김대중 정부 들어 97년 국가보훈처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은퇴했다. 퇴직 후 학교 동문의 소개로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얻어 모 기업의 고문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시기에 행담도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재복(40ㆍ구속) 행담도개발㈜ 사장과 어울렸던 일로 수사선상에 올라 연일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고 있다.

오씨는 98년 캄보디아 여행에서 안내를 맡았던 김씨를 처음 만난 뒤 김씨가 귀국한 2001년부터 ‘양부와 양자’ 관계라 말할 정도로 친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인연으로 김씨가 자신을 국정원 ‘블랙’(해외비밀요원)이라고 떠들고 다녔다는 얘기도 있다.

오씨는 이 무렵 김씨에게 경남기업 김의재 회장과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을 소개해주는 등 사업 확장의 발판을 마련해줬다. 명절 때는 김씨에게서 300~500만원씩 모두 수천만원의 ‘떡값’을 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직 퇴직 후의 일이고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아 사법처리는 쉽지 않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하지만 국가 최고정보기관의 수뇌부 출신으로선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재직 중에는 정권의 핵심부에서 은밀한 불법적 공작을 주도하고, 퇴직 후는 재직 중 얻은 정보와 인맥을 활용해 이권에 관여하는 일부 정보기관 전직들의 행태가 오씨에게서 전형적으로 나타난다는 지적이 많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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