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검사로 재직하다 4개월 전 퇴임한 변호사가 재직 당시 직속 부하 검사가 담당했던 형사 사건을 수임해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3일 검찰과 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3부 부장검사로 있다 4월 퇴직해 인근에서 개업한 이모 변호사는 동부지검 같은 부 A검사가 수사 중인 사기 고소사건에서 피고인 측 변호를 맡고 있다. 이 변호사와 A검사는 지난해 6월부터 올 4월까지 10개월 동안 형사3부에서 함께 근무했으며 A검사가 해당 사건을 배당 받은 것은 이 변호사가 부장검사로 있던 2월이었다.
현행 변호사법 제31조는 ‘공무원ㆍ조정위원 또는 중재인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에 대해서는 변호사 직무를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사는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하더라도 자신이 수사하던 사건에 대해 변호 수임을 할 수 없다. 하지만 해당 사건 담당 검사 외에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 받고 지휘하는 부장검사 등에 대해서는 제한 규정이 없다.
대한변호사협회 정영현 심사과장은 “이런 경우는 거의 전례가 없다”며 “협회 윤리규정인 ‘변호사 윤리장전’ 등에도 이번 사안에 적용할 규정이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법적인 문제가 아닌 윤리 문제”라는 반응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박근용 팀장은 “불과 몇 개월 전까지 직속 상관이었던 변호사를 상대로 동부지검이 제대로 논고와 구형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전관예우를 노린 의뢰인의 요청을 윤리적인 검토 없이 변호사가 받아 들인 경우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도 “2002년 회사 측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한 노동자를 기소하고 퇴직 후 곧바로 해당 기업에 취업했던 모 검사처럼 불법행위는 아니지만 윤리적인 논란을 일으키는 법조인들이 많다”며 “변호사법이나 공직자윤리법 등 관련 법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일보는 이 변호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사무실에 10여 차례 전화해 취재 의도를 알렸으나 휴가를 이유로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신기해 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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