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아침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말씀이 실망스럽다”며 전날 박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제안을 공식 거부한 데 유감을 표시했다.
정 대표는 그러면서 “지역구도 타파라는 국민의 오랜 여망을 해소하는 게 국회의 책무이므로 야당의 호응을 기대한다”고 재삼 촉구했다. 2시간 뒤 이번엔 전병헌 대변인이 국회 브리핑 룸에 나타났다. 그는 “민생을 방패 삼아 지역주의 껍질 속에 안주하려는 한나라당의 자세는 비겁하다”며 “계속 외면하면 시대적, 역사적 왕따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단호한’ 거부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표정이었다.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론을 제안하는 서신을 공개한 게 지난달 28일이다. 그러니까 여당은 6일째 싫다는 한나라당에 대해 똑 같은 레퍼토리로 연정 수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던져놓은 아젠다를 뒷받침하는 게 여당의 도리라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여당은 그런 의무에 충실했다. 하지만 이젠 그만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대표가 기자회견을 갖고 안 하겠다고 천명한 것 이상 강력한 거부가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명분을 갖고 있는 일이라도 상대가 원치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여당 일각에서도 연정 집착에 대한 자성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서 더 나가면 연정은 희화화하고,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할 뿐이다.
여당이 지역주의 해소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으로부터 진정성을 인정 받을 수 있다. 만약 앞으로도 고집을 피운다면 민주당 대변인의 지적처럼 “여당은 스토커”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른다
정치부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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