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강원 홍천과 원주로 3박4일간 휴가를 다녀왔다. 직접 차를 몰고 국도와 지방도를 이용해 여행을 하기는 근 6개월 만이었다. 최근 땅투기에 관한 기사를 많이 접해서인지, 지방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국도변 휴게소마다 부동산중개업소가 부쩍 많이 들어섰고, 도로변 공터와 야산에는 ‘땅 분할 매각’ 등의 팻말이 자주 눈에 띄었다.
원주에서 하루 묵었던 콘도 입구에는 ‘환영 기업도시 유치 확정’이라는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영동고속도로에서 15㎞ 이상 깊숙이 들어간 첩첩산중의 콘도인데도, 정문 주변에는 ‘투자 상담 받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건 대형 중개업소 서너 곳이 성업이었다. 콘도를 방문한 서울과 수도권 고객을 겨냥한 ‘떴다방’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집값에 이어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6월의 전국 땅값 상승률은 0.79%로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 248개 행정구역 가운데 29.1%가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됐는데도 땅값 폭등세는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부과되는 토지투기지역이 늘어나는데도 땅투기가 기승인 것은 기존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증거일 것이다.
최근 정부 발표에서도 드러났듯이 우리나라 땅부자 상위 5%가 전국 토지의 82.7%를 갖고 있다. 주택보급률이 이미 100%를 넘어섰고 자가보유율이 63%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토지소유의 양극화가 주택소유 편중보다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이 폭등했다고는 하나, 개발 호재와 맞물릴 경우 1주일 새 두세 배가 뛰기도 하는 땅값 급등세에 비길 바가 아니다. 우리나라 부자들의 자산구성을 보면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율이 7대 3 정도라는 게 정설이다. 토지 가격이 폭등하면 소수의 땅부자들은 앉아서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게 된다. 토지소유의 양극화가 빈부격차의 주범인 셈이다.
더욱이 땅값 상승은 기업과 국가의 재정적 부담을 늘려 생산적인 투자와 공익사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점에서 아파트값 상승보다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실제로 건설교통부는 내년도 예산안 당정협의에서 고속도로 건설과 관련한 토지보상 예산을 올해 6,400억원에서 내년 1조2,900억원으로 101%나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땅값 폭등으로 토지보상비가 당초 예상보다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LG필립스LCD의 파주 LCD 클러스터 건설작업도 협력업체들이 입주할 단지의 땅값이 불과 1~2년 새 10배 이상 뛰어올라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일각에선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정부의 각종 개발정책이 전국적인 땅값 폭등을 불러왔다고 비난한다. 물론 정부가 마구잡이식으로 국토개발계획을 쏟아내 투기를 조장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협소한 국토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전략 자체를 탓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보다 근본적으로 토지소유의 구조와 제도적 문제점을 짚어보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주택의 부족은 인위적인 공급확대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지만, 한정된 자원인 땅은 그렇지 않다. 좁은 땅에 인구는 많고, 더욱이 가용토지는 턱없이 부족한 게 우리 현실이다. 시간이 갈수록 토지가치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8월에 마련하는 종합부동산대책이 단지 강남의 아파트값을 잡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 경제의 고비용ㆍ저효율 구조와 빈부격차의 주범인 토지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고재학 경제부 차장대우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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