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문제를 다루는 국가정보원의 자세가 미덥지 못하다. 그제 국정원의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 내용을 보면 비밀 도청 조직이었던 미림팀에 대한 도청 테이프 회수 및 처리 과정이 미심쩍어 보이고, 현재 도청 여부에 대해서도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불신과 의혹을 자초하는 일이다.
보고에서는 미림팀의 공운영 전 팀장으로부터 1999년 회수한 도청 테이프가 261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이는 공씨 자택에서 검찰이 압수한 274개보다 적은 것으로 이 차이는 여러 가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 테이프들이 동일한 테이프들의 복사본인지, 아니면 국정원이 회수했던 테이프들과는 다른 별도의 도청 테이프들인 지부터 불분명하다. 이에 따라 추가 도청 테이프가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게 됐다. 전량 회수해 소각했다고 밝힌 국정원의 설명과는 딴 판인 것이다.
자기의 행위를 자기가 조사하겠다는 것이 당초 무리가 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고작 이런 수준의 불성실하고 부실한 조사에 그친다면 국정원은 정말 믿을 수 없는 조직이라는 인식이 퍼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가중된 불신 탓에 휴대폰 도ㆍ감청 여부에 대해서도 시중의 의심은 잦아들 수가 없다. 김승규 원장은 휴대폰에 대한 현재 도ㆍ감청 여부에 대해 “지금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는데, 온 국민이 도청몸살을 앓고 있는 시점에 이렇게 애매한 표현을 구사해선 안 될 일이다.
국정원은 과거의 도청을 규명하는 일 못지않게 현재 도청이 없음을 명쾌하게 할 의무도 있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번에도 국민의 믿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이 자기 조직에서 일어난 범법과 의혹의 대상에서 스스로 탈피하지 못하면 외부의 개입과 수술을 불러들인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중요한 시기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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