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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클래식] 부조니의 바흐 '샤콘느' 성형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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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클래식] 부조니의 바흐 '샤콘느' 성형수술

입력
2005.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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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음악인들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가 이 곡 하나만 작곡했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지위에 올랐을 것이라고 말한다. 바이올린의 거장들은 모두 이 곡을 연주하며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본다.

단 하나의 악장 속에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뇌와 노력을 바쳤을까? 이쯤되면 이 불후의 명곡 ’샤콘느‘를 다시 들어보고 싶지 않은가? 사실 바흐의 샤콘느는 몇 가지 버전이 더 있다.

그 중에 단연 으뜸은 피아노의 거장 부조니(1866~1924)가 편곡한 샤콘느일 것이다. 원곡인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작품에 기발하고 현대적인 감각을 동원해, 가뜩이나 감동적인 이 곡을 훨씬 더 엄청나게 만들었다. 그래도 원곡의 바이올린 선율을 못 따라갈 거라고?

천만에. 이것은 완벽한 편곡이었다. 다만 우리가 그 편곡 작품에 관심을 덜 가질 뿐이다. 우리 시대에 살고 있는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음반을 내며 이 곡을 삽입하지만 그냥 일반적인 편곡물 중 하나로 비중을 두는 경우가 너무 많다. 비극이다.

어찌 보면 너무나 잘 만든 ‘샤콘느 속편’에 가깝다. 원래가 바이올린 독주곡이다 보니 반주도 없는 단선율이 많았던 이 작품을 부조니는 바흐의 비밀코드를 철저하게 해독해서 이 시대의 것으로 재탄생 시켰다.

“바흐가 이 시대에 살았으면 이렇게 작곡했을 거야”라고 으쓱대며 자신이 가진 피아노 테크닉까지 동원해 살을 붙인 다음, 원작자를 존경하듯, 절제의 미학을 다시 사용하기까지 한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폭발하는 거친 현악기의 코드에 마치 팡파레를 추가하듯이 웅장하게 끌어올리는 부분에서 우리는 "천재다. 세상엔 너무 천재가 많아.” 하고 또 한번 콤플렉스에 빠질지도 모른다.

비올라를 연주하는 성형외과 의사 분이 나에게 한 말이 있다. 왜 성형외과를 택했는가 하는 질문에 ‘재창조’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본래의 얼굴을 보고 그 모든 특성을 분석한 후엔, 어떻게 고쳐야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 될지 생각하는 일은 일종의 예술이라는 것이다.

부조니는 바흐를 완벽하게 성형수술했다. 원곡의 훌륭함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의도를 살려내 또 하나의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

클래식, 즉 ‘고전작품’은 재창조의 대상이다. 이런 작업은 수많은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지도 모르나 세상엔 너무나 다양한 창작물들이 존재하는 이 시점에 우리까지 남들의 전통만을 따라갈 이유는 없다.

때로는 원래의 작품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모든 아이디어와 지식을 동원해 재창조하는 것이 현대 아티스트의 자세이자 사명일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접근하다보면 옛 것을 그대로 재탕만 해야 할 것만 같은 클래식음악의 딜레마를 해결할 길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조윤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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