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말고 ‘작은 거인’이라고 불러주세요.”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뒤 2일 청바지차림으로 금의환향한 장정(25)은 취재진을 향해 애교 섞인 주문부터 던졌다. “키도 153㎝로 써달라”며 웃음을 터트린 장정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선수가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부모와 함께 귀국한 장정에게는 대통령의 축전과 함께 키가 커서 늘 부러워했던 둘째 언니 은경(163㎝)씨가 화환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장정은 대전 집에서 쉰 뒤 11일 오전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고 귀국한 소감은.
“지난 겨울 치과 치료 받은 것을 마무리하기 위해 오기로 돼 있는데 우승까지 하고 오게 돼 눈물도 안 나올 만큼 좋다. 분식이나 매운 음식도 먹고 싶고 바닷가도 가보고 싶다.”
-키가 작아서 따로 특별히 노력한 것이 있는지.
“그런 것은 없다. 지난 겨울에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체력훈련을 열심히 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키가 정확히 얼마인가.
“153㎝다. 별명도 ‘땅콩’ 그런 것은 싫다. ‘작은 거인’이나 ‘작지만 단단한 선수’로 불러달라.”
-LPGA 생활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정말 느낌이 좋았는데 막상 라운드를 마쳤을 때 기대 이하의 성적이 나면 힘이 빠지고 좌절감이 든다. 그럴 때는 골프 자체가 재미없어진다. 스폰서는 생기면 당연히 좋겠지만 너무 기대를 하면 실망도 클 것이기 때문에 아직 잘 모르겠다.”
-우승하고 나서 가장 달라진 점은.
“맨체스터에서 비행기 탈 때도 스튜어디스들이 다 알아보고 축하해줬다. 고국 팬들도 미국에서 뛰는 한국선수들이 너무 많아 장정이 있는 줄도 모르셨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응원도 나눠서 좀 해주시면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좋은 선수가 되겠다”
-올해 목표가 있다면.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내 게임을 즐기자는 것이 올해 목표다. 그래도 우승하고 싶은 대회를 꼽자면 세이프웨이클래식과 CJ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 상금 큰 대회만. (웃음)”
-다음 대회가 세이프웨이 클래식인데.
“그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과는 인연이 많다. (김)미현 언니랑 연장전 가서 진 곳이기도 하지만 그 동네가 좋고 사람들도 마음에 들어 내가 좋아하는 골프장이다. 편안하게 정신차리고 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