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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세 경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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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세 경영' 본격화

입력
2005.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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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의 ‘3세 경영’이 점차 가시화하면서 재계가 젊어지고 있다.

창업주의 손자인 이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파로 영어와 경영학 지식에 능통하고 글로벌 경영에 관심이 많다는 공통점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영의 대물림’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알력과 분쟁도 불거져 반재벌 정서를 확산시키는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3세 경영의 대표적 주자는 정의선(35) 기아자동차 사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2001년 작고)의 장손인 정 사장은 3월 부사장에서 전격 승진하며 기아차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또 현대ㆍ기아차그룹 기획총괄본부 담당 사장과 현대모비스 사장도 겸임, 승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정 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 샌프란시스코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의 맏딸인 정성이(43)씨가 최근 그룹 광고 및 행사 대행 계열사인 이노션 고문에 취임한 것도 눈에 띈다.

정 명예회장의 3남인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도 지난해 지분을 상속, 현재 장남인 정지선(33) 부회장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또 정 명예회장의 4남인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1990년 작고)의 아들 정일선(35) BNG스틸 사장도 현대가 3세 경영인에서 빼 놓을 수 없다.

동양제철화학그룹은 이수영 회장(경총 회장 겸임)의 장남 우현(38)씨가 1일 전략기획본부장(전무)으로 전격 발탁된 데 이어 차남 우정(37)씨도 2일 연료첨가제 계열사인 ㈜불스원 사장에 승진, 3세 경영이 본격화하고 있다. 신임 이 본부장은 동양제철 창업주인 이회림(88) 명예회장의 장손으로 서강대를 나와 미국 와튼스쿨에서 MBA를 땄다. 동생 이 사장은 스위스에서 MBA를 받은 뒤 불스원 상무를 지내며 ‘삐에뜨로’, ‘난샹’, ‘천재향’ 등의 외식 사업을 이끌었다.

건설에서 잔뼈가 굵은 대림그룹은 최근 이재준 창업주의 장손인 이해욱(37)씨가 대림산업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 3세 경영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경영 상속 과정에서 마찰음도 없지 않다.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과 동생 박용성 현 두산그룹 회장의 이른바 ‘형제의 난’은 사실 4세 경영을 둘러싼 갈등에서 촉발됐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43)씨가 지난달 두산BG 사장에서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승계 작업이 가시화한 반면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경원(41)씨는 그룹 밖의 전신전자를 인수ㆍ경영하는 과정에서 주식 등을 매각, 지분도 줄고 그룹 내 기반도 약화했다는 것.

여기에 박용성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37)씨가 두산인프라코어 경영관리 총괄 상무로 승진한 것도 박용오 전 회장측을 자극한 것으로 재계에서는 분석. 현재 두산가에서 ‘원’자 돌림을 쓰는 4세는 모두 15명에 달한다.

물론 아무 잡음 없이 경영권 상속이 이뤄지는 가문도 있다. 삼양그룹은 이러한 면에서 재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창업주 고 김연수 선생의 손자인 김 윤(53) 삼양사 회장과 김 원 (47) 삼양사 사장, 김 량(50) 삼양제넥스 사장 등이 그룹을 원만히 이끌고 있고 지난해말에는 김 정(45) 삼남석유화학 상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3세 경영 체제가 더욱 강화했다.

김 윤 회장과 김 량 사장은 김연수 선생의 3남인 김상홍 삼양그룹 명예회장의 장ㆍ차남이다. 김 원 사장과 김 정 부사장은 5남인 김상하 삼양그룹 회장의 첫째ㆍ둘째 아들이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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