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터넷 업계는 인터넷의 역기능에 대한 무분별한 법적 규제와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로 ‘수난의 시대’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규제들은 인터넷실명제, 검찰의 포털업체 주문형비디오(VOD)에 대한 음란물 여부 단속, 주민등록번호 수집 금지를 내용으로 한 개인정보보호기본법 등 하나 같이 법적 규제, 이중 규제 투성이다. 또 청소년위원회,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등 각종 기관들도 똑같은 형태로 기업의 건전성 평가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인터넷 기업들은 온갖 회의에 불려 다니고, 자료 제출 시한에 몸살을 앓고 있어 본연의 업무가 뒷전이 되고 있다. 정책 당국이 다양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 이전에 민원해결을 위한 단기 대책과 법적 규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은 문제다. 인터넷실명제의 경우 취지는 좋지만 이미 대부분 사이트가 회원 가입 과정에서 실명제를 도입하고 있다. 모든 표현물에 획일적으로 실명을 쓰자는 얘기는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얼마전 인터넷에서 자살 사이트가 문제된 적이 있다. 일정 부분 청소년들의 자살을 조장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들을 자살로 내모는 사회적 병리현상과 심리적 혼란이 더 큰 원인임에도 마치 인터넷이 근본 원인인양 호도된 점은 유감스럽다.
사이버 폭력과 인터넷 역기능 문제는 기업의 책임 이전에 사회적, 도덕적 규범 차원에서 보다 입체적으로 원인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역기능 문제에 기업이 대처할 수 있는 영역은 한정돼 있지만, 지금 업계에서는 기업과 이용자가 참여하는 자율규제 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정책당국은 섣부른 결정과 법적 규제 만으로 모든 것을 한번에 해결하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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