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60달러시대에 접어든 국제석유시장의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 최대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 2위 산유국 이란 등 중동의 정정(政情)이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두 나라에서 동시에 불확실성이 증대한 것은 처음이다.
사우디에선 서거한 파드 국왕을 승계한 압둘라 왕세제가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지 불안감이 보이고 있다. 보수강경정권 출범을 앞둔 이란에선 벌써 핵문제로 미국 등과 벼랑끝 대치에 들어갔다. 중동은 세계 석유ㆍ가스 매장량의 65%를, 원유수출의 28%를 차지한다.
불안한 사우디 사우디는 유가안정과 반테러의 중심축이다. 왕위계승자인 압둘라(82) 왕세제는 10년째 사우디를 실질적으로 다스려왔고, 정책의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분석가들의 반응은 그렇지 않다. 애널리스트 릭 멀러는 “압둘라는 걱정말라고 하지만, 시장은 벌써 ‘압둘라 이후’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실내부에선 왕위 계승자들간에 권력투쟁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또 차기 왕세제인 술탄 국방장관(77)을 비롯 주요 왕자들이 70세 이상의 고령이다. 권력은 몇몇 왕자들이 분점하고 있다. 술탄 장관 이외에 나예프 내무장관, 살만 리야드 주지사 등은 독자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왕자간에는 압둘 아지즈 초대국왕과 7번째 부인의 아들인 압둘라와, 5번째 부인의 아들인 파드국왕의 동생들이 주류인 7형제가 갈등구조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늘어나는 빈민층과 실업자, 왕족의 부패와 사치는 왕정타도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이슬람주의자들은 반왕정, 반미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압둘라는 즉위하면 외교에선 친아랍, 친서방정책을 동시에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친서방 노선은 와하비즘 등 이슬람극단주의를 비롯한 테러세력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 압둘라는 1,700만 국민과, 3만여 왕족의 상반된 요구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하는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위기를 맞은 이란 6일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신임 대통령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이란 핵문제가 북 핵문제와 닮은 꼴이 돼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란이 핵동결을 일방적으로 해제하고 미국 등 서방과 국제기구와 벼랑끝 줄다리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요청에 따라 이스파한 원자력 발전소에서 1일 실시할 예정이었던 우라늄 농축 작업을 이틀간 연기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경방침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 3국이 핵 프로그램 동결에 따른 보상을 담은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핵 활동 재개의 첫 단계로 IAEA에 최후통첩을 한 상태다. EU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핵 시설 봉인을 뜯어낸 뒤 우라늄 농축 작업을 재개할 것이기 때문에 IAEA측은 즉각 사찰단을 보내 감시용 카메라를 설치하고 감독작업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EU 3국과 미국 등도 강경대응으로 맞서고 있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란이 핵활동을 재개할 경우 IAEA 이사회를 긴급 소집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정식 회부해 경제 제재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미국내 강경파는 워낙 EU3국의 대이란 협상 노선에 불만이었기 때문에 양측의 긴장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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