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개막돼 1일로 1주일째를 맞는 4차 6자회담이 공동 합의문건 작성을 위한 힘겨운 작업을 벌이고 있다. 남북한과 미국은 그간 10여 차례의 양자 협의를 통해 밀고 당기는 협상을 이어왔고, 31일부터는 합의문건의 문구를 확정하는 단계에 돌입한 상태이다. 핵심 당사자인 3자가 회담 전 내세운 주장을 어느 정도 이행하고, 회담이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짚어보는 것은 회담의 결과를 가늠케 할 잣대가 될 수 있다.
북한의 결단은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26일 “당사자들이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전략적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며 “우리는 준비가 다 돼 있음을 약속함과 동시에 미국을 비롯한 다른 대표단도 준비가 돼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6월 17일 ‘김정일_정동영 면담’, 7월 9일 북한의 6자 회담 복귀 천명 등에서 엿보인 북측의 전략적 선회 가능성을 재차 확인해주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결단의 흔적은 찾기 어렵다. 북한은 예전처럼 협상 원칙을 고수하면서 회담을 난전(亂戰)으로 이끌고 있다. 내놓을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내 상대를 압박하고 있다. 미측이 수용하기 힘든, 평화적 핵 이용권리 주장과 미국의 체제전복기도 중지 요구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의 폐기를 약속하라는 미국에 맞서는 형국이다. 협상에서의 전략적 결단은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상대방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결단에 앞서 주저하는 인상이 짙다.
북미간 신뢰 싹트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간 활발한 양자 협의 진행은 전망을 밝게 해준다. 핵 폐기와 ‘대북안전보장, 경제지원, 관계정상화’를 주고받는 ‘말 대 말’의 합의를 이루려는 양측은 속마음을 맞춰보는 작업을 해왔다. 1일까지 양측은 8차례 협의를 했다. 급기야 지난달 30일에는 북측의 초청으로 북미 양측 대표단이 베이징 시내에서 만찬을 함께 한 것으로 확인돼 양측간 신뢰 조성이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할 말은 다 했고, 이제는 양보카드와 고수해야 할 카드를 정하고 최후의 협상을 벌여야 하는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은 그간 북미간 만남을 ‘접촉’(contact) 정도로 격하했으나, 이번부터는 회담(meeting), 협의(discussion)로 지칭하고 있다. 양측간 신뢰 회복이 북핵 해결의 열쇠라는 점에서 볼 때 이런 패턴은 문제를 푸는 새 전기가 될 것이다.
남한의 역할은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는 회담개시 전 “우리는 응당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실제로 남북, 북미 협의 과정에서 남측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송 차관보는 시시 때때로 크리스트퍼 힐 미측 수석대표와 김계관 부상과 만나고 있다. 한 당국자는 ▦우리측 협상안을 관철하고 ▦북미간 협의를 중재하며 ▦가급적 이른 시일 내 합의를 도출한다는 세 가지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는 이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이라는 게 자체 평가다.
베이징=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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