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하반기 수익성회복을 기대해 온 기업들에게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2일 재계와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1일 현지에서 거래된 두바이유는 배럴 당 54.70달러로 다시 55달러에 육박했다. 두바이유는 지난달 8일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55달러를 돌파한 뒤 하향세를 보여 50달러 초반의 안정세를 보여왔다.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 중질유(WTI)도 장 중 배럴 당 62.30달러로 치솟아 최고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전문가들은 “산유국의 증산 능력부족과 중국 등 주요 소비국의 수요 증가 등 수급문제를 초래한 근본 원인에 대한 해결이 없어 고유가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 등은 한달여만에 또다시 찾아온 고유가행진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이날 현재 17일째 조종사 노조의 파업이 계속되고 있는 아시아나 항공은 파업에 따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다 유가마저 치솟자 회사가 존폐 기로에 서 있다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 파업이 이어질 경우 8월 첫째 주만 91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여기에다 국제 유가까지 다시 오르고 있어 하반기 전망을 내놓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등 항공사들은 지난달 초부터 이미 비수익 노선 감축, 항공기 경제항로 운항 등 비상경영에 들어간 상태다.
원자재값 급등과 내수부진 등으로 적자 경영을 해온 화학 섬유업계도 벼랑 끝에 몰리긴 마찬가지. 최근 화섬원료인 테레프탈산(TPA) 국내 메이커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한데다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추가 인상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화섬업계는 생산량을 대폭 줄여 고유가 파고를 넘어간다는 전략이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5.5%와 85%나 줄었던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완성차 업계도 유가가 더 인상될 경우 회복 조짐에 있는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고유가 여파로 지난해에 비해 매출은 늘었으나 영업이익이 17%나 줄어들어 ‘외화내빈’ 경영을 한 SK㈜도 유가가 추가 인상될 경우 국내 석유제품 소비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