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에어콘, TV에 이어 노트북PC까지 한국시장을 넘본다.’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워 국내 가전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는 중국 최대 종합가전업체 하이얼(海爾·Haier)이 국내 업체들을 잔뜩 위협하고 있다. 평소에는 ‘만만디’지만 기회가 보이면 망설이지 않는 화상(華商)들의 특징답게 하이얼은 경기 회복 기대감과 위축된 소비 심리가 교차하는 한국 시장의 상황을 활용, 저가 디지털 가전 제품의 시장 확대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얼코리아는 노트북 제품을 출시키로 하고, 중국 본사와 제품 공급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하이얼코리아 관계자는 “구체적인 모델이나 가격 등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이얼측은 PC 시장의 주요 성수기인 9월 신학기 시즌에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PC업계 관계자는 “국내 중견 PC 업체들이 무너진 자리에 저가 외산 제품이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이라며 “하이얼 역시 이 기회를 잡으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이얼의 공격적인 행보는 ‘2010년까지 국내 ‘빅3’ 종합가전업체로 자리를 잡겠다’는 야심찬 전략에 따른 것이다. 하이얼은 지난해 5월부터 와인 냉장고와 에어콘, 미니 세탁기· 냉장고 등 백색 가전을 판매한데 이어 디지털 가전 분야로 빠르게 시장을 넓히고 있다.
실제 지난달에는 인터넷 홈쇼핑을 통해 30인치급 액정화면(LCD) TV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고화질(HD)급의 해상도와 PC 모니터 연결 기능 등 국산 동급 제품과 유사한 사양을 갖추고도 최대 100만원 가량 저렴한 129만9,000원에 예약 판매되고 있다. 하이얼측은 “추가로 DVD를 내장한 완전 평면 TV와 2~3종의 디지털 가전 및 정보기술(IT) 제품 출시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하이얼의 제품 경쟁력은 아직 삼성ㆍ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에 미치지 못하지만 제품의 종류나 기본기 면에서는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백색 가전 제품의 경우 초저가를 앞세워 이미 국내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지난 6월 TV홈쇼핑 업체 우리홈쇼핑을 통해 판매된 하이얼의 30만~40만원대 에어콘 제품은 방송 1시간 만에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하이얼의 와인냉장고는 유흥업소와 와인매장을 중심으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얼은 최근 할인점과 용산전자랜드와 하이마트 등 전문 가전매장까지 유통망을 넓히고 있다”며 “하이얼의 상승세는 당분간 꺾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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