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지난 15년간 난공불락의 철옹성처럼 보였던 만리장성을 마침내 허물었다.
안종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1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5 동아시아 선수권대회 1차전에서 전반 42분 한진숙의 페널티킥과 후반 19분 박은선의 쐐기골로 중국을 2-0으로 완파했다. 15전16기 끝에 처음 거둔 승리다.
한국 여자축구는 남자와 달리 유독 중국에 맥을 못췄다. 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만나 0-8로 대패한 이후 그 동안 상대전적 15전 전패의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다. 중국 남자축구의 공한증(恐韓症)에 비견되는 공중증(恐中症)에 시달려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끊임없는 훈련으로 다진 조직력과 신ㆍ구세대간의 조화로 ‘타도 중국’에 성공했다. 맏언니 유영실과 이지은으로 대표되는 노련한 선수들과 스트라이커 박은선, 한송이 등이 주축을 이룬 신세대간의 호흡도 척척 맞았다.
한송이와 정정숙을 투톱으로 내세운 한국은 초반부터 전혀 주눅들지 않고 중국을 상대로 대등한 플레이를 펼쳤다. 한국은 전반 42분 이지은의 패스를 받은 정정숙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상대수비를 돌파하다 반칙을 유도,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키커로 나선 한진숙이 골키퍼를 속이고 침착하게 차넣어 선제골을 신고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전반 종료 직전 스트라이커 박은선을 투입, 굳히기에 들어갔다. 박은선은 허리부상으로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드리블로 상대 문전을 휘저으며 펄펄 날았다. 박은선은 후반 19분 수비수 홍경숙이 중국 골문 앞으로 프리킥으로 길게 올려준 볼을 이어받아 달려들며 슛을 날렸으나 골키퍼의 손에 걸려 나오자 이를 다시 잡아 골문을 등지고 오른발 힐 킥으로 득점,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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