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우라늄 농축 작업 중단에 따른 반대급부를 담은 유럽연합(EU)의 제안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핵 활동 재개를 위협하고 나섰다. 이는 이틀 연속 강경 입장을 밝힌 것이어서 핵 위기가 재연될 조짐이다. 협상을 주도하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EU 3국은 지난해 5월 제네바 협상에서 날짜를 못 박은 적이 없다며 분노하고 있다.
지난해 EU와의 협상에서 우라늄 농축 작업 중단에 합의한 이란은 이달 31일 EU 3국과 첫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경고가 향후 회담에서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제스처라는 분석도 나온다.
골람 알리 하다드 아델 이란 의회 의장은 “EU가 1일 오후 5시까지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핵 활동을 재개하겠다”고 1일 밝혔다. 이에 앞서 AFP통신은 한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 “1일 저녁 이스파한 발전소에서 활동이 재개될 것”이라며 “1일 오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우라늄 농축 활동 재개를 통보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31일에도 하미드 레자 아세피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EU가 31일 오후5시까지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여론이 더 이상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6일 취임하는 강경 보수파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신임 이란 대통령 당선자도 지난 주 유럽의 태도와는 관계없이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우라늄 농축에 집착하고 있다.
영국 외무부는 “불필요하고 파괴적인 조치”라며 강력 경고하고 나섰다. EU가 핵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 강력 제재하자는 미국을 설득해 협상을 이끌고 있지만 핵 프로그램 중단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안보리 회부도 배제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미국의 입장은 더욱 강경하다.
IAEA도 핵 활동이 재개될 경우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회의 결과를 안보리에 보낼 예정이다. 이란이 원자력 발전소용으로 추진하고 있는 우라늄 농축이 핵무기 제조에 악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고가 협상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BBC는 “이란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협상 전에 유럽을 압박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외무부도 위험한 조치라고 비난은 했지만 1주일 안에 제안서를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협상의 여지는 충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이 제안서에는 핵 프로그램 동결 대가로 유럽의 불가침 약속과 함께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미드 아델 의장도 “우리는 유럽과의 대화를 닫을 의도가 없다”며 한발 짝 물러섰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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