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홍대 앞에선 다 그렇게 홀딱 벗고 공연하나 보지?” MBC ‘음악캠프’ 생방송 도중 발생한 펑크밴드 ‘카우치’의 성기노출 사건 이후 가장 많이 받는 난감한 질문이다. 홍대 앞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음악인들도, 금요일 밤마다 클럽을 들락거리는 소위 ‘홍대 죽돌이’조차 듣도 보도 못했다는 홍대 앞 나체쇼에 대한 괴담이다.
이명박 서울시장도 이 괴담을 곧이곧대로 믿는 모양이다. 그는 1일 서울시 정례간부회의에서 “사건 당사자들이 ‘매일밤 통상적으로 하는 공연’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퇴폐적 공연을 하는 팀의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구청별로 단속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겨우 토양을 얻어가는 인디문화(비주류문화)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가뜩이나 걱정이 태산 같은 홍대 앞 사람들은 이 시장의 블랙리스트 발언에 아연해 하고 있다. 문제는 문화를 보는 이 시장의 단선적인 시각이다. 클럽문화연대 관계자는 “단순논리를 동원한 마녀사냥식 제재는 결국 문화의 다양성을 죽이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사건에 대해 이 시장과 똑같이 분노했던 네티즌들 역시도 이 발언에는 발끈하고 나섰다. ‘벼룩 잡으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 ‘문화에 대한 이 시장의 관점은 건전과 불건전 두 가지 뿐’ ‘70년대식 발상이다’ 등등….
물론 파문 당사자들에게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홍대 앞의 ‘또 다른 문화’에 대해 “동남아의 2류 국가들이 하는 짓”(아마도 그곳의 관광객 대상 퇴폐누드쇼를 연상한 발언인 듯)이라고 싸잡는 것은 크게 잘못됐다.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정명훈씨를 서울시향 지휘자로 영입하고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추진하는 등 문화시장으로서 남다른 이미지를 쌓아온 이 시장의 발상치고는 너무도 전근대적이다
최지향 문화부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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