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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무더위가 그리운 남극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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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무더위가 그리운 남극대원들

입력
2005.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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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유난히도 덥기만 하다. 백 년 만의 더위라는 무시무시한 수식어는 차치하고, 내년은 올해보다 더 하리라는 예상이 이 더위를 더욱 견디기 어렵게 한다. 먼 길을 찾아온 외국 손님이 있어 공을 들여 민속촌을 안내했는데, 작열하는 햇볕과 습한 공기에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흘러내려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는커녕 인상을 쓰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다. 애써 흥을 살리며 농악을 선보이는 공연자들의 모습이 애처롭기만 하다.

남ㆍ북극을 연구하는 직장에 근무하다 보니 늘 추위만을 걱정하며 지내왔다. 여름엔 북극으로, 겨울엔 남극으로 철새처럼 이동하며 그나마 더위를 잊고 살았는데 이제 나이를 조금 먹다 보니 그만 사무실을 지키는 신세가 되었다. 두고 온 남극의 자연이 새록새록 그리워진다.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하얀 얼음과 눈, 파랗다 못해 시커먼 바다, 그리고 눈이 부실 정도로 푸른 하늘….

그런 때 묻지 않은 남극에도 최근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미쳐 기온 상승과 함께 빙상(氷床) 이 후퇴하는 등 염려스러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지구의 역사를 고이 간직하고 있는 단 하나 뿐인 미지의 자연이 아닌가!

그곳 남극에서 세종과학기지를 지키고 있는 자랑스러운 월동대원들. 비록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5형제는 아닐지언정 그들은 지구 환경 변화 연구와 후손들에게 물려줄 유산을 발굴하기 위해 남극에서 문명세계와는 또 다른 쳇바퀴식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인간 세상을 떠나 남극에 머물고 있는 대원들의 꿈은 아주 소박하다. 싱싱한 상추와 과일 한쪽만 맛볼 수 있다면 더 이상 부러울 게 없다. 돈이 있어도 쓸 곳이 없으니 지갑이 필요 없고, 인간의 삶을 옭아매는 휴대폰도 없다.

다만 디지털 시대를 맞아 인공위성망을 이용한 인터넷을 통해 문명세계와 동떨어져 있음을 잠시 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만져지지 않는 허상일 뿐이다. 문명의 혜택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들은 고국의 가족과 친지들을 그리며 한겨울 추위를 이겨낸다. 우리가 그토록 견디지 못하는 더위를 그들은 무척이나 그리고 있다. 푹푹 찌는 삼복더위. 태양이 작열하는 바다보다는 깊은 산속을 찾아 가족과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산보를 해 봄이 어떨까? 물론 휴대폰의 전원은 꺼놓고서….

남극에 머물고 있는 그들을 떠올리며 견디기 힘든 이 더위를 잊어보자.

정호성 극지연구소 경영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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