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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같은 물고기가 赤潮에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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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같은 물고기가 赤潮에 죽어간다"

입력
2005.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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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전남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 앞바다. 밤새 내린 비가 채 그치기도 전에 어민 박평운(45)씨는 0.7톤짜리 FRP어선 2척을 동원해 가두리양식장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코 앞까지 들이닥친 적조띠를 밀어내기 위해서였다. 1시간여 사투를 벌였지만 거침없이 밀려드는 적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씨는 “자식 같은 물고기를 살리기 위해 1주일째 밤을 새며 적조와 싸우고 있지만 벌써 돌돔, 우럭 6만여 마리가 떼죽음당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해안 청정해역과 황금어장이 적조의 ‘붉은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전남 고흥 나로도 해역에 첫 적조주의보가 발령된 지 10일만에 적조는 경남 남해, 통영까지 해안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해안 전역에 적조가 덮친 전남에서만 폐사한 양식어류가 벌써 60여만 마리.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붉은띠의 기세를 감안하면 방제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다른 양식장들이 초토화되는 것도 시간 문제로 보인다.

올해 적조는 지난해보다 16일, ‘적조대발생’으로 불리는 2003년 당시보다 무려 24일이나 빨리 나타났다. 현재 추세라면 수일 내에 전남 서쪽 바다인 완도, 강진 해역을 집어삼킬 전망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올해는 수온과 해풍 등 모든 조건이 적조생물 증식에 적합하게 형성, 최대 규모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울산 연안 등 동해남부수역 냉수대의 세력이 약할 경우 동해안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방재당국과 어민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양식어장이 밀집한 여수시 남면 유송리, 화정면 개도리 어민들은 황토를 뿌리고 전복, 굴 등을 수심 5㎙이하 심층 해역으로 침하시키는 등 적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곳 해역에는 길이 3~12㎞, 폭 200여㎙나 되는 고밀도 적조띠가 점점 세력을 키워가며 금방이라도 양식장을 덮칠 듯 넘실거리고 있다. 전남도는 1일에도 400여 척의 선박을 동원해 1,000여톤의 황토를 쏟아부었지만 적조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경남지역 어민들도 5~9일 사리 물때를 타고 적조가 빠르게 밀려올 것이라는 소식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우럭 양식어민 차홍기(55ㆍ통영시 산양읍)씨는 “양식장에 황토를 비축해 놓고 적조가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 밤잠을 설치고 있다”며 “용왕님에게 기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적조는 연례행사처럼 남해안을 휩쓸고 있지만 수산당국의 방제대책은 어장 2차 피해 우려가 있는 황토 살포에만 의존하고 있어 어민들의 원성이 높다.

어민 황종운(62ㆍ여수시 남면 안도리)씨는 “황토 살포는 어류의 아가미 폐쇄, 어장환경 파괴 등 부작용도 크다”며 “지금처럼 황토만 마구 뿌려댄다면 남해안 어장은 얼마 못가 쑥대밭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여수시 관계자는 “당장 황토 살포만큼 효과가 있는 방제대책은 없어 어장 피해가 우려되지만 어쩔 수 없다”며 “피해 어민들에 대해서는 치어종묘 대금 지원, 학자금 면제 등 지원책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통영=정창효기자 chjung@hk.co.kr

여수=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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