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파드 국왕이 1일 입원 중인 리야드의 파이살 왕립병원에서 숨졌다. 향년 82세.
1982년 6월 제5대 국왕에 오른 이후 20여년 간 사우디를 통치해 온 파드 국왕은 95년 뇌졸중을 앓으면서 건강이 급격히 악화, 10여년간 외국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아왔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통치권은 이복동생인 압둘라(81) 왕세제가 행사했다. 따라서 파드 국왕의 사망으로 사우디의 국정공백과 같은 비상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사인은 즉각 공개되지 않았으나 뇌졸중에 폐렴을 비롯한 각종 노인성 질환이 겹친 것으로 전해졌다.
1923년 압둘 아지즈 초대 국왕의 7명 아들 중 장남으로 태어난 파드 국왕은 30세 때인 53년부터 7년간 교육장관을 지내면서 국왕 수업을 받았다. 내무장관을 거쳐 제1부총리를 지내던 75년 4대 칼리드 국왕이 등극하면서 왕세자로 지명됐다.
파드 국왕은 국제주의자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해 91년 걸프전 당시 처음으로 미군의 사우디 주둔을 허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친미정책이 오사마 빈 라덴과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발호하는 빌미를 제공했고, 9ㆍ11 테러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종교적으로는 이슬람의 발상지이자 종주국 역할을 자임했다. 메카와 메디나가 이슬람의 성지로 인식되면서 매년 수백만 명의 성지순례자가 이곳을 찾은 것도 파드 국왕의 이런 종교정책 때문이었다.
왕실법정은 이날 압둘라 왕세제가 왕위를 계승했다고 밝혀 권력이양에 대한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파드 국왕의 바로 밑 친동생인 술탄(78)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왕세자로 지명됐다. 그러나 파드 국왕의 건강 악화 이후 그의 나머지 6명의 친형제들과 압둘라 왕세제와의 정권다툼이 표면화했다는 점에서 6형제들이 고령인 압둘라를 조기에 밀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국왕에 오른 압둘라 왕세제는 에너지 및 테러에서 미국에 적극 동조해 서방측에 무난한 인물로 받아들여진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