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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방송사고, 유명무실 심의시스템 재검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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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방송사고, 유명무실 심의시스템 재검토를

입력
2005.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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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촌부를 속여 헐값에 우표책을 사들이는 수집상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거나 (KBS2 ‘VJ특공대’), 시어머니 뺨을 때리는 장면을 내보내고(KBS2 ‘올드미스 다이어리), 처제를 성폭행했다고 의심받는 형부의 이야기(KBS2 ‘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 따위를 버젓이 안방으로 실어 나르는 TV들. 이 뿐이 아니다. 걸핏하면 선을 넘나드는 진행.출연자들의 ‘과감한’ 농담에다, 온갖 오락프로그램에서 연출되는 아슬아슬한 몸짓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은 늘 조마조마하다.

인터넷의 발달과 시청자들의 수준 향상 등으로 TV 프로그램의 모니터링이 강화되고 있으나 지상파 TV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의식과 제작관행, 무신경 등으로 연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30일 터진 MBC ‘음악캠프’에서의 ‘대형사고’는 앞서 든 사례들과는 성격이 다른 돌발사건이지만 어쨌든 최근의 이완된 TV제작 풍토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방송 심의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후심의 기능을 담당하는 방송위원회는 1일 긴급 연예오락심의위원회를 열어 MBC ‘음악캠프’와 KBS 2TV ‘올드미스 다이어리’와 관련 의견진술을 청취키로 했다. 이에 따라 방송위는 11일 전체회의에서 방송법에 의거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중지, 관련자 징계 등의 제재조치 등을 논의하게 된다. 하지만 프로그램 중지결정을 해도 당일 방송 분에만 해당돼 향후 재방송을 할 수 없는 정도의 의미 밖에는 없다.

게다가 방송법 등에는 이번처럼 충격적인 사건이 터져도 정작 방송사와 출연자에게는 책임을 물을 방법조차 없다. 다만, 방송법에 ‘시청자의 이익을 현저히 부당하게 저해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 시정을 명할 수 있다’(99조)는 조항이 있긴 하나 아무런 절차나 제재규정이 없어 사후 심의 및 조치 수단으로서는 전혀 무의미하다.

이와 관련, 방송위는 이번처럼 사회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내용을 방송한 경우에 대해 별도로 상당액수의 벌금이나 과징금 등을 부과하도록 방송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생방송 중 돌발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전체 진행을 5~7초 정도 지연 방송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2월 재닛 잭슨의 공연중계 도중 젖가슴 노출 사고 이후 아카데미, 그래미상 시상식 등 ‘사고’ 발생이 우려되는 프로그램 중계를 이런 식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이 방안을 도입할 경우 이번의 성기노출 같은 사고는 충분히 걸러질 수 있게 된다.

방송위의 사후 심의기능 강화와는 별도로 프로그램의 제작 및 방송에 앞서 문제를 걸러내고 시정하는 방송사 자체의 사전심의 기능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방송위가 지난해 10~12월 방송사 심의기구 운영상황을 조사한 결과 KBS의 제작물 심의비율은 그런대로 83.6%에 달했으나, MBC와 SBS의 제작물 심의 비율은 각 43.5%, 42.5%에 그쳤다.

이 같은 낮은 심의 비율도 문제지만 사전 심의가 이뤄진다 해도 방송 제작 시간에 임박해 대본심의만 대충 이뤄지는 경우가 태반이어서 실효성 있는 필터링 기능은 기대하기 어렵다. 앞서 논란이 된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경우도 심의위원이 해당 장면의 문제를 지적했으나 담당 PD가 “세대를 역설적으로 반영했다”고 반박한데다, 방송시간이 임박했다는 이유로 수정이나 삭제요구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생방송의 경우는 큐시트(진행계획)만 심의할 수 밖에 없어 이번과 같은 돌발사고에는 전혀 대응할 수 없다. 생방송 진행자나 출연자의 자질을 엄격히 따지고 사전에 충분한 주의 당부와 ‘교육’, 그리고 문제 발생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림으로써 평소에 경각심을 높이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근본적인 문제는 방송사의 제작 관계자들이 대체로 심의기능을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인식이다. 이런 풍토에서는 인력도 제대로 충원되기 어렵다.

MBC의 경우 심의부서 인력이 불과 7명으로 일인당 월평균 심의편수가 67.4편에 달해, 애초부터 제대로 된 심의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구나 KBS는 “제작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취지로 2001년 인사위원회로 회부되는 사전심의 미필 경고회수를 종전 2회에서 3회로 늘리는 등으로 자체 심의기준을 대폭 완화하기까지 했다.

주동황 광운대 신방과 교수는 “방송사 자체 심의는 긴장도가 떨어지고, 제재 정도가 약화된 상태”라며 “유명무실해진 지상파 3사의 자체 심의시스템을 시민단체나 언론학자 등의 참여확대 방식을 통해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성 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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