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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오픈 우승 장정 명랑 샷으로 '퀸'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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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오픈 우승 장정 명랑 샷으로 '퀸' 등극

입력
2005.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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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한국시각) 새벽 영국 사우스포트 로열버크데일골프장(파72)에서 열린 브리티시여자오픈 최종일 18번홀(파5). 챔피언 퍼트를 버디로 장식한 장정(25)은 두 팔을 번쩍 들어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만끽했다. 데뷔 이후 6년 간 무관의 긴 여정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올 초 남아공에서 열린 여자월드컵골프 준우승 파트너였던 송보배(19ㆍ슈페리어)와 김영(24ㆍ신세계)의 샴페인세례를 받은 장정은 곧바로 갤러리 속으로 뛰어들어 아버지 장석중(60)씨와 긴 포옹을 나눴다. 세번째 아이 만큼은 아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에 뱃속에 있을 때부터 남자 이름이 붙여진 장정. 막내 딸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경찰복까지 벗어던진 채 퇴직금을 안고 이역만리로 날아갔던 초로의 아버지. 중고 밴에 몸을 싣고 미국 전역을 떠돌았던 두 부녀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장정이 아버지 손에 이끌려 골프채를 잡은 것은 13살 때(대전 중앙초 6년). US여자오픈을 제패한 김주연(24ㆍKTF)처럼 동네 언니인 박세리(28ㆍCJ)는 골프인생의 항로를 이끌어 준 등대와 같은 존재였다.

처음은 탄탄대로였다. 박세리처럼 유성CC에서 샷을 갈고 닦은 장정은 골프 입문 4년 만인 1997년 여고생 신분(유성여고 1년)으로 한국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는 파란을 연출한 데 이어 이듬해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까지 석권,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프로의 길은 시작부터 고행의 자갈밭이었다. 1999년 프로테스트 이론시험에서 답안지를 작성하다 한 칸 씩 밀려 쓰는 실수로 프로 전향에 실패한 장정은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퀄리파잉스쿨을 한 차례 낙방한 끝에 2년 만에 풀시드(전경기 출전권)를 받아들기는 했지만 장정에게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는 쉽사리 우승의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2000년 세이프웨이챔피언십 결승에서 김미현(28ㆍKTF)에게 한 홀을 남겨놓고 동타를 허용, 연장전 패배를 당하는 등 준우승만 3번. 그래도 대회 전에는 항상 우승을 꿈꾼다는 그는 결국 148개 대회 만에 우승의 한을 풀었다. 그것도 박세리 박지은(26ㆍ나이키골프) 김주연을 잇는 네번째 한국인 ‘메이저퀸’의 영광까지 안았다.

스코어카드의 결과에 관계없이 동글동글한 얼굴에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 명랑한 성격의 장정. 시상식에서 우승트로피를 머리에 써보는 등 장난기까지 발동한 152㎝의 작은 거인은 우승인터뷰에서 “밤늦게 ‘타이거 우즈 골프’라는 전자게임을 한 것이 바람 계산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농담 섞인 말을 건네 관계자들을 즐겁게 했다. 변변한 스폰서가 없는 헝그리골퍼의 설움은 물론 마지막 날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의 챔피언조 맞대결에 따른 중압감을 덜어준 것도 그의 해맑은 웃음이었다.

김병주 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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