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6자회담의 공동합의문 작성이 예상대로 힘겹게 진행되고 있다. 전날 중국의 합의문 초안 제출로 31일부터 본격화한 합의문 작성 작업은 북미간 첨예한 대립을 우회하면서 이뤄지고 있다.
각국은 6자회담의 목표를 나열하는 방식의 합의문을 작성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선(先)북핵 폐기’ 주장과 북한의 ‘핵 폐기를 전제로 한 북미 관계정상화와 미국의 핵 위협 제거' 주장이 맞섬에 따라 핵 폐기와 상응 조치간 순서를 설정하지 않고 있다. 즉, ‘북한은 핵을 폐기한다’, ‘관련국들은 경제협력조치와 안전보장을 제공한다’는 식으로 서술한다는 얘기다.
합의문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명시하는 문장으로 시작될 것이다. 이는 핵 폐기의 범위를 지칭하는 것으로, 중국은 초안에서 ‘핵무기와 관련 프로그램’의 제거를 제시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의 폐기를 지목하는 문구를 구상중이다.
‘핵 재처리 및 우라늄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1992년 남북비핵화공동선언의 문구를 차용, ‘핵 무기와 핵 재처리시설, 우라늄농축시설과 관련한 프로그램’으로 명기하는 쪽으로 협상력을 모으고 있다.
반면 북측은 핵의 평화적 이용권리를 확보하는 동시에 남측 핵 우산 철폐, 핵 무기 반입 금지 등을 비핵화 개념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합의문은 이어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북한의 주권존중과 불가침, 내정불간섭을 포함한 대북안전보장 ▦북한과 미ㆍ일의 관계정상화 ▦대북경제협력 등 북핵 폐기에 따른 관련국들의 상응조치를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관계정상화 대목은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대미 국교정상화를 이뤄야 한다는 북측의 주장과는 거리가 있어 북측이 만족할지 미지수이다.
아울러 합의사항을 동시 병행적으로 이행한다는 원칙, 9월 중순 5차 회담을 개최한다는 일정도 합의문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사일, 인권 문제는 제외될 듯하다.
합의문 내용이 이렇다면 ‘말 대 말’의 합의로 핵 문제 해결의 로드맵을 마련해 이행 단계로 넘어가려는 한국의 구상은 어느 정도 실현되는 것이나 이를 어떤 순서로 조합해 이행하느냐는 보다 험난한 과제로 남게 된다.
베이징=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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