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31일 MBC 이상호 기자를 전격 소환통보 함으로써 ‘안기부 X파일’을 보도한 언론사 처벌 문제가 수사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이 이 기자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이번 사건의 본말에 대한 논란이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 동안 여러 차례 밝혔듯이 우선 불법도청 자료의 유출경위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31일 “8월 4,5일께까지는 자료 유출경위를 집중 수사하고, 그 다음 안기부의 불법도청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출’의 당사자인 공운영 전 미림 팀장과 재미교포 박인회(구속)씨의 신병을 이미 확보한 검찰로서는 박씨로부터 자료를 건네받아 언론보도의 단초를 제공한 이 기자를 다음 조사 대상으로 올려 놓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이 기자의 소환에 앞서 사법처리 가능성을 시사해 MBC와 이 기자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황교안 2차장은 “이기자의 소환 신분은 현재로선 특정하기 어렵다.
일단은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하는데, 변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일단 유출 경위에 대한 참고적 진술을 들을 목적으로 이 기자를 부르지만 경우에 따라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 기자는 삼성그룹과 중앙일보의 대선후보 지원 방안 등을 담은 안기부 도청자료를 박씨의 제보로 입수해 안기부 X파일 사건 보도를 촉발했다. 그러나 그는 정작 MBC 9시 뉴스에 단 한 차례 나와 ‘X파일의 입수 및 보도 경위’만 설명했을 뿐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보도한 적이 없다.
언론보도 처벌에 대해서는 이번 파문의 초기부터 이견이 분분했다. “공익을 위한 보도는 면책해야 한다”는 주장과 “명백한 실정법(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므로 선처의 여지가 없다”는 의견이 맞섰다. MBC측은 이날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회사 차원의 논의를 거쳐 검찰에 소환일정 조정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진행중인 ‘도청자료 유포 행위’에 대한 수사는 물론, 앞으로 진행할 도청 자료 내용에 대한 수사에서도 여론의 향배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상에 알린 죄’는 처벌하고 그 ‘알맹이’는 덮어둘 경우, “본질은 놔둔 채 곁가지만 잘랐다”는 비난의 역풍에 직면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도 이날 압수한 도청테이프 내용 공개에 대해 “여론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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