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31일에도 도청 테이프 공방을 멈추지 않았다. 이미 정치권을 강타한 X파일 파장이 검찰의 도청테이프 압수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는 절박한 상황인식이 깔려있다. 우리당은 테이프의 내용공개까지 거론하며 한나라당을 압박한 반면 한나라당은 검찰 주도의 수사가 가져올 편파성을 지적하며 특검 조기 실시로 맞섰다.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이날 “X파일 사건의 핵심인물인 전 미림팀장 공운영씨가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캠프에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보도됐다”며 “한나라당이 파악하고 있던 테이프의 실체와 내용을 대선 과정에서 어떻게 활용했는지 분명히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 보도를 인용했지만 사실상 공씨가 이회창 후보의 청년 비선조직원이었던 점을 들어 한나라당이 도청테이프로 ‘정치 공작’을 한 것 아니냐는 추궁이었다.
여당에서는 검찰이 압수한 테이프의 공개 주장도 나왔다. 당의 공식입장이야 “검찰이 판단할 문제”라는 것이지만 “국민의 의혹 해소를 위해 법적 시효를 따질 일이 아니다”(장영달 상임중앙위원), “검찰만 들여다보고 국민에겐 감추겠다는 건 논리적 모순”(법사위 최재천 의원)이라는 등의 얘기가 연이어 나왔다. ‘과거정치’와의 연관성이 더 많은 한나라당을 압박하는 발언들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X파일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제출 시기를 이번 주로 앞당기겠다며 맞대응에 나섰다. 임태희 원내 수석부대표는 “조사범위를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라며 “DJ정부가 들어선 뒤 어떤 과정을 거쳐 불법도청 자료가 인수인계됐고 천용택 당시 국정원장에게 어느 정도 보고됐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 제기된 X파일 조작설과 DJ정부의 은폐설을 파헤치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테이프의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파장을 감안해 투명하게 처리돼야 한다”(이정현 부대변인)는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그쳤다.
정치권은 그러나 이 같은 대립 속에서도 새로 발견된 274개의 도청 테이프에 무슨 내용이 담겨 있는지에 대해 불안감 속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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