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규모의 노동 단체인 미국노동자연맹(AFL)-산업노동자회의(CIO)가 산하 노조의 잇따른 탈퇴로 통합 50년 만의 최대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140만 명의 조합원을 거느리고 있는 식품상업노조는 29일 존 스와니 AFL-CIO 위원장에게 탈퇴 서신을 보냈다. 앞서 25일 서비스노조국제연맹(SEIUㆍ조합원 180만 명)과 전미트럭운전자조합(팀스터ㆍ조합원 140만 명)이 AFL-CIO 탈퇴를 선언한데 이은 것이다. 이로써 조합원 규모 상위 3개 노조가 모두 이탈했고 네번째로 규모가 큰 호텔레스토랑노조(조합원 45만 명)의 탈퇴도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4대 노조탈퇴로 AFL-CIO는 전체 조합원 1,300만 명중 3분의 1, 연간 재정중 4분의 1 가량의 감소에 직면하게 됐다.
1955년에 통합한 AFL-CIO는 70년대까지 미국 정치ㆍ경제ㆍ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양대 노동 단체의 통합은 1935년 대공장 비숙련 노동자들이 숙련 노동자 중심의 AFL에서 탈퇴, CIO를 결성했던 분열의 시대를 마무리했다는 의의를 지녔다.
이제 또 AFL-CIO가 분열하게 된 표면적 이유는 스와니 위원장의 3선과 그의 노선을 둘러싼 상층 지도부의 갈등이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거대 노동운동의 위기에서 찾고 있다. 상층 지도부가 전체 노동자의 권익향상보다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골몰하고 근무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일부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등 기득권화, 노동귀족화했다는 것이다. 분열 이전에 이미 미 민간분야의 노조 결성율은 1955년 35%에서 현재는 8% 이하로 떨어졌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사설을 통해 “노동운동의 명맥 유지를 위해서는 집단이기주의적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며 “극도로 적은 임금을 받거나 대변자가 진실로 필요한 비노조원에게 노조의 관심이 옮겨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품상업노조 등 AFL-CIO 탈퇴 노조들은 ‘승리를 위한 개혁그룹’을 결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새로운 노동운동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노동운동의 재건 보다는 이전투구로 민주당의 지지기반을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홍석우 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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