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과 패전 60년의 명암이 엇갈리는 한국과 일본의 8월은 어느 때보다도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사와 독도 문제 등으로 최악의 관계로 치닫고 있는 양국의 관계도 이 달에 더욱 심각한 고비를 맞게 될 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뢰처럼 깔려 있는 메가톤급 ‘악재’들이 한꺼번에, 또는 연속적으로 터질 경우 한일관계가 송두리째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8월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설은 가장 핵심적인 문제다. 현재 일본에서는 해마다 야스쿠니 참배를 실행해온 고이즈미 총리가 임기 마지막 참배를 8월 15일 전후에 단행한다는 설이 강하게 부상하고 있다. 더욱이 의회 해산 등 일본 정국의 지형을 흔들 수 있는 우정개혁법안의 채택 과정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정치적 승리를 위해 ‘8ㆍ15 참배’라는 극약처방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유포되고 있다.
집권 자민당을 비롯한 일본 정계의 중진들 사이에는 “한국과 중국 등에 엄청난 외교적 충격을 줄 수 있는 8ㆍ15 참배 만큼은 꼭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대중영합적인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카드’ 한 방으로 정국을 돌파하려 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등 관련 당사국들도 고이즈미 총리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탐색전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8월 31일의 중등교과서 채택 마감일을 앞두고 역사의 왜곡과 미화를 반복하고 있는 후소샤판 교과서가 어느 정도 세력을 확장하느냐 하는 점도 초미의 관심사이다. 극우단체인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이 집필한 이 교과서는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으로 4년 전보다 채택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나와 있다. 그러나 채택율이 10%를 넘어서는 등 지나치게 약진할 경우 양국 관계는 극도로 악화할 수 밖에 없다.
올해 후소샤 교과서 채택이 일본 정부와 보수 우익 정치가들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이루어지고 있어, 한국정부로서도 새로운 국면에 새로운 대응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일 관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야스쿠니와 후소샤 교과서 문제가 한꺼번에 우려할 만한 상황으로 발전한다면 한일 양국은 그야말로 전면적인 역사전쟁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밖에 양국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6자회담과 유엔 안보리 개혁안 등을 둘러싸고도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어 이러나 저러나 올해 8월은 덥고 지루한 달이 될 것 같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