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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 '100년간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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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 '100년간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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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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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호의 ‘해질녘’(1916년작)은 우리나라 최초의 누드화다. 동경예술대학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은 강가에서 막 목욕을 마친 여인들의 뒷모습을 간결하게 묘사한다. 국내 ‘양화(洋畵)’ 도입 후 초기작으로 일본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았다. 당시 활동한 대다수의 양화 작가들이 일본유학을 통해 서양화의 기법을 전수 받았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최지원의 목판화 ‘걸인과 꽃’(1939년작)은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서 입선한 한국인 최초의 판화다. 그 동안 실물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은 채 한국인의 판화로는 처음 선전(鮮展)에 출품됐다는 기록만 전하던 작품인데 이번에 처음 일반에 공개된다. 작품소재를 끈질기게 추적한 현대미술관측이 개인 소장자를 설득한 결과다.

사회와 미술은 상호 조응한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윤수)이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13일부터 실시하는 ‘한국미술 100년’전은 ‘은둔의 나라’에서 세계 속의 국가로 성장하기까지 1세기의 발자취를 미술사를 통해 조망한다. 한국 근ㆍ현대 미술 100년의 궤적을 사회, 문화사적 맥락에서 되돌아보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1년에 걸친 기획과 총예산 5억5,000만원, 회화 한국화 조소 공예 디자인 사진 광고 등 시각예술 전체를 망라한 전시작품이 1,000여 점에 이르는 등 국립현대미술관 개관이래 최대 규모 전시인만큼 작가와 작품들을 일일이 열거하기 조차 어렵다.

최지원은 생몰연대조차 명확치않은 작가이지만 30,40년대 일본사람들로부터 ‘한국의 밀레’라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현대판화의 출발점을 1958년 한국판화협회가 결성되던 무렵으로 보았던 판화사가 이 작품의 발굴로 20년 앞당겨지게 됐으니 미술사적으로 가치가 클 뿐더러 판화작가로서 최지원의 재조명 작업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각가 문신의 ‘고기잡이’(1948년작)는 조각작품으로만 알려진 문신의 보기 드문 유화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현대미술관 스스로가 최초 공개로 오해했을 정도다. 해방직후 새로운 유토피아 수립을 열망했던 청년들의 열기가 망망대해와 싸우는 사내들의 붉고 힘찬 근육질 몸짓으로 형상화됐다. 그림의 액자를 작가가 직접 조각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러시아 레핀대학 교수이기도 했던 변월룡의 ‘김용준 초상’과 ‘리기영 초상’(모두 1953년작)은 근대기 중요 인물이었던 화가 김용준과 소설가 이기영의 월북 후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변월룡은 남북분단직후 북한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화가로 분단이후 북한 미술사의 계보를 가늠해보는 기회도 제공한다.

현대미술관 김윤수 관장은 “시련과 굴곡으로 점철된 지난 100년을 미술사를 통해 되돌아보는 데 그치지않고 한국미술의 정체성과 독자성을 새롭게 정의하고 구축하는 시금석이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분량이 워낙 방대해서 이번 전시는 1905년~1959년까지를 다룬 1부 근대미술 파트로 만족하고 내년에 1960년~2006년에 이르는 2부 현대미술전을 이어서 열 예정. 올해 전시는 크게 ▲1905~1919: 계몽과 항일사이 ▲1919~1937: 신문화의 명암 ▲1937~1945: 모단에서 황민으로 ▲1945~1953: 광복과 분단 ▲1953~1959: 냉전의 그늘 등 5개 파트로 나뉜다.

근대미술의 시작을 1905년으로 잡은 것은 “사회, 문화사적 시대구분을 했으며 2005년부터 거슬러 100년을 잡았다”는 설명. 그러나 전시사에 남을 만한 대규모 기획이라는 점에서 좀 더 미술사적으로 의미부여가 되는 연도를 잡았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미술관은 개막축하 기념행사로 ‘소리공연: 1930년대를 가다’를 12일 오후 3시 개막식에 맞춰 갖는다. 12~14일에는 한국영상자료원과 공동주최하는 한국근대영화제도 열린다. 전시는 10월 23일까지 진행된다. (02)2188-6000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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