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살다 보면 우리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 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언어가 통하는 사람들이야 ‘투쟁’을 통해 얻어지는 것도 있지만, 이조차 안 되는 경우는 속만 상하고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야지…’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상하이의 교통은 10여 년을 이곳에서 생활한 나도 못 견딜 때가 많다.
한국 주재원들이 많이 거주하는 구베이신취(古北新區)는 외국인 거주지이다. 작은 동네에 어느 날 갑자기 신호등이 생겼다. 파란불로 바뀌어 길을 건너려고 발을 옮기면 왼쪽에서 우회전하고 건너편에서 죄회전하는 차량들 때문에 길을 반쯤 건너다 신호가 바뀌는 경우가 다반사다. 열심히 뛴다. 그러면 또 옆에서 쌩 하고 달리는 자전거 때문에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다.
나중에 안 사실. 나의 잘못이었다. 왼쪽에서 우회전하거나 건너편에서 좌회전하는 차량들은 교통규칙을 잘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교통체계이지만 이곳 규칙이 이러니 어쩌나, 지켜야지. 내게 길을 건너는 것은 아직도 모험이다.
며칠 전 가지고 있던 중국 돈을 저금하려고 은행에 갔다. 1만 위안(약 125만 원)을 여러 번 세어 보고 은행 직원에게 통장과 함께 내밀었다. 기계로 돈을 세고 있는 것을 보고 있는 데 갑자기 삐삐삐 하며 기계가 경고음을 냈다. 은행 직원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100위안짜리 1장을 집어들고 가짜 돈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나한테는 일언반구 설명도 없이 ‘가짜돈으로 판명’이라는 빨간 도장을 돈에 찍더니 몰수를 해버린 것이다. 너무 화가 나기도 했고, 당황하기도 했다. 차라리 다시 돌려주던가, 아니면 설명을 하면서 가져가던가.
그리고 내 돈인데 말도 없이 몰수라니. 보상도 안 해주고. 은행 직원은 가짜돈은 발견 즉시 몰수하는 것이 ‘규정’이란다. 그렇다면 배상은? 없단다. 이런 날벼락이 있나. 어디 가서 땅을 파도 100위안 안 나오는데.
나중에 중국 친구에게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친구는 은행에서 안 빼앗기려면 먼저 가기 전에 가짜돈이 있는지 확인하란다. 만약 가짜돈이 확인되거나 의심되면 택시 탈 때나 슈퍼, 시장에 가서 쓰란다.
이런, 더 황당할 수가. 가짜돈을 나보고 유통시키라니. 이런 일들이 생활에서 비일비재하다. 시장에서, 병원에서, 학교에서. 중국에서만 통용되는 상식을 사전에 알고 온다면 그나마 속이 덜 탈 것이다.
윤소영 상하이저널 편집국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