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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안쓰러운 네 탓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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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안쓰러운 네 탓 논쟁

입력
2005.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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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얼마전 재정경제부 간부회의에서 작심한 듯 언론을 공박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쓰는 사례가 워낙 많다 보니 이젠 잘한다는 칭찬성 기사보다 제대로 된 사실성 기사만 봐도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청와대와 총리실, 심지어 여당까지 나서 부동산 등 주요 정책결정을 주도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이에 가려 경제부총리가 보이지않는다는 항간의 지적에 대한 반론이었다. 덧붙여 그는 양도세 실가과세 등 주요 부동산 투기대책이 모두 재경부의 손에서 나왔다며 자신의 정책주도권을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위상을 확인해주자 더욱 힘을 얻은 듯, 한 부총리가 이번엔 재계를 향해 칼을 뽑았다. 27일 전경련 주최의 ‘하계 제주포럼’에서 행한 강연에서다. “기업이 수익모델을 찾지 못했거나 연구개발 의지가 부족해 70조원의 현금을 쌓아놓고도 투자는 멀리한 채 출자총액제한제도나 정책의 불투명성만 탓하고 있다.”

나아가 그는 “기업인들이 정부를 빗대 ‘저런 비합리적인 사람들에겐 데모하듯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전경련이 포럼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자활성화 애로요인 설문조사의 답변항목이 균형감을 잃어버렸다고 쏘아붙였다.

▦‘합리적 시장주의자’를 자처하며, 심지어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서라면 무색무취하다는 비판도 감수하겠다”던 한 부총리가 돌연 이처럼 과격한 표현으로 재계를 몰아쳤으면 당사자들이 움찔할 법도 한데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오히려 강연 자리의 기업인들은 대부분 강신호 전경련 회장이 기조연설에서 “기업지배구조나 투자와 관련된 규제를 개혁하지 않고는 경제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한 것에 고개를 끄덕인다.

또 대기업 규제와 노동ㆍ교육정책이 시장경제의 틀을 따르고 있다는 한 부총리의 말보다, 이들 정책이 형평성 논란에 휩싸여 성장잠재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강 회장의 주장에 더욱 귀를 기울인다.

▦정부와 재계가 이토록 서로를 보는 눈이 다른데도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것을 기대한다면 말 그대로 연목구어(緣木求魚)이고,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

물론 양자는 기본 작동원리가 다른 만큼 늘 긴장관계에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긴장은 시장과 정책을 통해 끊임없이 해소해나갈 대상이지, 말싸움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대연정 구상으로 정치와 경제를 임의로 재단하고, 부총리는 재계와 언론 탓만 하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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