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공화군(IRA)의 무장 투쟁 포기 선언이 피로 얼룩진 북아일랜드의 상처를 씻어낼 수 있을까.
일단 분위기는 좋다. 아일랜드 군 당국은 29일 IRA 감시를 위해 남아르마에 설치한 감시탑 중 하나를 철거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수감 중인 IRA 조직원들도 이른 시일 안에 풀어줄 계획도 덧붙였다. IRA의 정치조직인 신페인당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개점 휴업’상태인 공동 정부 운영 재개를 위해 신교파측과 협상에 들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아일랜드에 평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무엇보다 협상 파트너인 신교파는 여전히 IRA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이미 2번의 무력 충돌 중단과 3번의 무장 해제를 약속했다가도 다시 총을 들었던 IRA를 ‘양치기 소년’으로 여기고 있다.
4월 총선에서 전체 18석 중 9석을 차지하며 북아일랜드 최대 정치세력으로 떠오른 강경 신교파 민주연합당(UDP)의 이안 파슬리는 “IRA는 과거에도 대단한 선언을 해놓고 결국 자신들의 방식으로 돌아갔었다”며“그들의 진심을 알려면 최소한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심지어 그 동안 신페인당과의 평화 협상을 주도했던 온건 신교파인 얼스터연합당(UUP)의 레그 엠페이 당수도 “이번 만큼은 IRA를 믿어보자고 신교파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견제구를 던졌다.
IRA 내부의 급진파의 반발도 큰 짐이다. 이들은 무장 투쟁 포기는 결국 IRA의 해산을 뜻하며 이는 결국 신교파에 무릎을 꿇는 것이라며 포기 선언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평화 협상 자체를 방해하기 위해 따로 조직을 만들어 무장 투쟁을 일으킬 지 모른다는 걱정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IRA는 신교 지도자들을 가톨릭과 함께 불러 놓고 자신들의 비밀 병기고를 해체하고 불태우는 모습을 지켜보도록 하는 깜짝 이벤트를 마련했지만 신교파의 얼어붙은 마음이 녹을지는 미지수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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