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伏)날? ‘독(Dog)데이’보다는 ‘덕(Duck)데이’가 어때요?’
복더위가 한창인 29일 서울 서초구 역삼동 한 오리고기집. 명색이 복중인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 보신탕은 내키지 않고, 삼계탕은 많이 먹어 물리던 차, 오리고기가 대안으로 등장했다.
회사원 김모(34)씨는 “냄새나고 질긴 줄 알았지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고 했다. 이모(29ㆍ여)씨도 “복날만 다가오면 보신탕 먹으러 가자는 선배들의 성화에 고민했는데 오리고기라면 부담없고 입맛에도 즐겁다”고 말했다.
올해 삼복(초복 15일, 중복 25일, 말복은 내달 14일) 더위엔 오리가 유난히 인기다. 탕을 비롯해 삼겹살, 로스, 주물럭, 전골 요리에 와인바비큐, 한방백숙 등 각양각색의 오리메뉴는 이미 ‘복중 웰빙음식’으로 정평이 났다.
특히 “보양식으로 오리고기를 자주 먹는다”는 메이저리거 박찬호(32ㆍ텍사스 레인저스) 선수의 얘기가 언론을 통해 회자되면서 오리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불포화지방산이 많다는 이유로 보신탕이 복중 음식의 대명사로 여겨진 것은 사실. 하지만 삼계탕에 이어 최근 오리고기가 대안으로 각광을 받게 되자 애견단체도 환영하는 눈치다. 오리고기는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45%로 다른 육류보다 월등히 높고, 필수 아미노산과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다.
가격파괴도 인기몰이에 한몫 하고 있다. 오리고기는 그동안 1인분에 2만~3만원대의 ‘귀한 고가 음식’으로 알려졌지만 대중화와 프랜차이즈화로 5,000~6,000원으로 뚝 떨어졌다.
여기에 웰빙과 건강을 자극하는 기능성 사육오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중화 체인점 ㈜미복신화오리시대에선 새우에 함유된 천연 항산화제 아스타잔틴(Astaxanthin)을 사료로 해서 키워낸 ‘ASTA오리’를 개발했다.
오리시대 안용준(48) 대표는 “ASTA오리는 2년 전 특허를 받았으며 인체에 해로운 활성산소를 없애줘 암 예방, 콜레스테롤 산화방지를 비롯해 백내장이나 관절염 등의 노인성 질환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준의 ‘동의보감’에는 “오리고기는 자음양위(滋陰養胃ㆍ음기를 돋워 위의 기능을 강화)에 좋다”고 기록하고 있다. 신장과 비뇨기계통의 혈액순환 증진시켜 주고, 단백질 소화를 도와 기침과 결핵 등 폐질환을 치료ㆍ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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