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발언이 수 많은 논란과 비판을 낳고 있다. 위헌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에서부터 도무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현실론에 이르기까지 부정적 반응이 많은 편이다. 정치권은 물론 학계에서도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 헌법상 권력이양 가능한가.
국민이 헌법에 의거해 대통령에게 맡긴 권력을 대통령이 사유물처럼 야당에게 주는 게 과연 합당한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통치권력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 부여한 것인 만큼 대통령이 국민의사를 묻지 않고 마음대로 나누는 것은 헌법상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고려대 장영수 교수도 “대통령의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았기 때문에 3자에게 이양한다는 건 법적으로 허용되기 어렵다”며 “국민 동의 없이 이양하는 건 곤란하며 이 경우 새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민병두 전자정당위원장은 “헌법은 총리에게 행정부 통할권과 국무위원의 제청권을 주고 있어 총리와 관련된 연정을 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건국대 임지봉 교수는 “대통령제 근간까지 훼손하는 의원 내각제적 운영은 위헌이지만, 현행 헌법 하에서도 한나라당 중심의 연정에 많은 권한을 나눠 주는 이원집정부제로 운용하는 건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 한나라당과의 연정이 명분 있나
우리당에서도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긴급조치 세대 모임인 아침이슬의 우원식 간사는 “도대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이라면 뭣하러 우리가 그 고생하면서 정권 교체를 했느냐”며 “한나라당과 우리당은 엄연히 뿌리가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고 말했다.
386세대를 대표하는 이인영 의원도 “대통령의 절박함을 이해는 하지만 개혁진영 연대가 더 타당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1990년 3당 합당은 그래도 보수세력 끼리 모인 것이지만, 이번 결합은 도대체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냉소적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여당의 권한을 한나라당에 넘기겠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당정을 분리하겠다고 해 놓고, 여당의 권한을 대통령 말 한마디로 좌지우지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이은영 의원은 “당헌ㆍ당규상 중앙위 의결을 거치도록 되어 있는 만큼 대통령이 여당보고 야당에게 권력을 넘기라고 해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며 “당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당연히 부정적이다. 임태희 원내수석부대표는 “지금까지 양당이 추진해온 과거사법,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 등에서 나타난 차이를 국민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대연정론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를 보도해야 하는 언론 뿐”이라고 일축했다.
■ 한나라당의 마음을 돌릴 수 있나
한나라당이 대연정 제의를 일소에 부치고 있다는 게 사실은 가장 큰 문제다. 연정 상대가 응하지 않겠다는 데야 도리가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29일 진지한 검토를 촉구한 노 대통령의 기자간담회에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무시 전략을 펴고 있다. 여론도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당 지도부는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처럼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문희상 의장은 “배기선 사무총장 등이 조만간 야당에 제의도 하고 만나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는 “중앙위와 의원총회를 즉각 소집해 당의 입장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반론이 적지 않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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