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영국계 펀드 헤르메스와 금융감독당국 간에 치열한 기(氣)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헤르메스는 28일 국내 홍보대행사를 통해 “삼성물산의 인수ㆍ합병(M&A)와 관련해 어떤 보도자료도 낸 적이 없고 기사가 나오도록 유인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헤르메스측은 “삼성물산 M&A설은 (헤르메스가 촉발한 것이 아니라) 지난해 10월 삼성물산 김모 상무의 발언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지난해 12월 1일 보도된 (헤르메스의)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도 M&A 시도에 개입돼 있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하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3일 삼성물산 주식을 팔 때 주가는 인터뷰 당일 1만5,300원보다 떨어진 1만4,603원이었다”고 결백의 증거를 들이댔다.
이에 금감원은 29일 “일간지와의 인터뷰에는 분명 삼성물산 M&A설을 유인하기 위한 목적이 분명 있었다”고 발끈하고 나섰다. 금감원 조사 담당자는 이날 “수사기밀이라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헤르메스 펀드매니저와 국내 D증권 대리의 통화내용 등을 살핀 결과 주가조작을 공모한 정황이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인터뷰 이후 주가가 떨어졌다는 헤르메스의 반론에 대해서는 “평소 하루 120만~130만주 거래되던 삼성물산 주식이 M&A설 보도 이후 거래량이 늘면서 헤르메스가 770여만주를 매도한 날은 하루 거래량이 1,400만주에 달했다”며 “다량의 주식을 매도하기 전에 M&A설로 거래량을 키워 헤르메스가 손실을 회피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헤르메스는 지난 22일 금감원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어떤 불공정거래 시도도 없었던 만큼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진실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다시 추가 해명자료를 내놓은 후에는 검찰 수사에 응할지 여부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발을 빼고 있어 헤르메스의 행보를 놓고 전망이 분분하게 나오고 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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