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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잘 노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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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잘 노는 지혜

입력
2005.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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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뭘 하지?” 주5일제 확대 실시이후 직장인들에게 ‘금요병’이라는 게 생겼다. 금요일만 되면 주말을 어떻게 보낼지 머리가 지끈거리는 증상이다. 괜히 가만있으면 손해 보는 것 같은 생각에 주말 내내 온 몸을 혹사 시킨다. 그렇게 이틀을 뻑적지근하게 보내고 나면 월요병은 더 심해진다.

주6일을 근무하는 직장인도 병을 앓는다. 남들이 쉬니까 자기도 그런 것으로 착각하는 ‘토요병’이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시간만 때운다. ‘상상 주5일제 증후군’이라고 할까.

△요즘 직장인들은 늘어난 여가시간을 주체하지 못한다. 그저 놀고, 먹고, 마시는 것이 전부인 줄 안다. 주말이면 무조건 “나를 따르라”며 귀찮다는 가족을 끌고 집을 나서거나, 금요일 술을 진탕 먹고 토요일 하루종일 잠을 자는 사람, 가족은 팽개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부류 등등.

심지어는 주말에도 회사를 나가거나, 직원들끼리 회사 근처에 모여 함께 주말을 보내는 일 중독 환자도 있다.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박세리 선수가 “다른 건 다 가르쳐 놓고 왜 쉬는 법은 가르쳐 주지 않았냐”는 아버지에 대한 항의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인 듯 싶다.

△‘여가학’이라는 낯선 학문을 내세우는 김정운 명지대 교수는 최근 저서 ‘노는 만큼 성공한다’에서 한국이 1만 달러 늪에 빠진 이유를 생산적 여가문화의 부재로 분석했다.

재미를 아는 ‘노는 놈들’만이 세상에서 낯선 새로움을 발견할 줄 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잘 놀아야 창의성도 높아지고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사교육 광풍은 사는 게 재미 없는 주부들 때문이고, 한국 영화가 잘 나가는 까닭은 삶이 밋밋한 국민이 다른 오락거리를 찾아내지 못한 때문이다.

△평생을 공부와 일에 파묻혀 지낸 한국인들은 지금 ‘여가 아노미’ 상태에 빠져있다. 이제 무조건 신나게 놀아야 한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잠시나마 시간을 내 자신을 바라보고, 자유를 만끽하며, 게으름을 부려보는 것도 훌륭한 여가 활동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휴가를 받아 독서당에 묻혀 책을 읽는 사가독서(賜暇讀書)로 여가를 보내는 지혜가 있었다. 진정한 휴가는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다. 이번 만큼은 모처럼 자유롭고 여유 있는 여름휴가를 보내는 게 어떨지.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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