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의 존재이유가 무엇인가. 이윤을 추구하되 국가와 국민, 즉 공공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아 운영되도록 만든 것이 공기업이다. 태생적으로 느슨한 관리ㆍ감독 체계로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는 수없이 지적돼왔지만 그제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결과는 기가 막힐 지경이다.
39개 공기업 및 자회사,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기획예산처 등 관계부처를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원의 ‘공기업 경영혁신 추진실태’ 감사결과는 부실과 방만경영의 백화점을 방불케 한다.
구체적 사례들을 보면 경영혁신의 흔적은 찾을 수 없고 제 잇속만 채우기 위한 못된 관행과 부조리가 고질병으로 고착화, 오히려 국가와 국민에게 엉뚱한 피해를 입히고 있음이 드러났다. 가스공사는 원가를 잘못 산정해 2001~2003년 3년 동안 가스요금을 1,042억원이나 과다징수 했는가 하면, 한전은 2002~2003년 2년 동안 전기요금 4,700억원을 더 거둬들였다.
매년 정부가 제시하는 임금인상 가이드라인도 공기업들 앞에서는 무력했다. 석유공사는 정부의 임금인상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2002년 24%(정부 기준 6%), 2003년 12.4%(정부 기준 5%)씩의 임금인상을 단행하고도 이사회에는 정부기준 내에서 이뤄진 것처럼 허위보고했다. 이밖에 근무조 편성을 제멋대로 변경하고 정원 외 인력을 고용하는 등 부실ㆍ방만경영 사례 투성이다.
공기업의 경영실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안팎의 관리ㆍ감독체계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같은 공기업이라 해도 서로 다른 법의 적용을 받다 보니 정부의 관리ㆍ감독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
이사회와 감사가 있지만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 내부 감시시스템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상황이다. 투명경영, 윤리경영은 민간기업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공기업의 투명경영, 윤리경영을 담보할 수 있는 관리체계 수립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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