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뉴베리상 수상작을 읽고 미국 아동문학사를 개관할 수 있었다는 외국 기사를 본 나의 소감으로 글을 시작하려 한다.
1990년대 초, 독서지도 관련 과목을 처음 강의할 때 어린이책 전반에 대한 폭넓은 안목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아동문학 발생기부터 계통을 세워 주요작품을 읽기로 하고 먼저 목록을 찾아보았다. 해외 작품은 외국 대학교재에서 쉽게 찾았지만 국내 아동문학 이론서에는 대표작 목록이 없었다. 방향을 바꾸어 역대 아동문학상 수상작을 찾아보았지만 그 역시 허사였다.
체계적으로 접근할 길을 발견하지 못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작정 읽는 것이었다. 아동문학 전공자도 작가도 아닌 나는 오로지 어려서부터 열렬 독자로 익힌 독해력과 감을 지도와 나침반 삼아 망망대해에 들어선, 희망만 큰 선원 격이었다. 그러나 지방 소도시에 살다 보니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도 이곳 서점에는 안 들어오는 출판사가 많은데 그때는 오죽했으랴.
위의 기사를 읽고 다시 아동문학상에 대해 조사해보았다. 출판물과 인터넷 자료만 이용했으므로 한계는 있겠지만 몇 가지 결론을 얻었다. 아동문학상은 그 수를 파악하기 힘들만큼 많았다. 소천, 세종, 해송 등 오래된 것에서부터 최근에 제정된 것까지, 전국 규모에서부터 각 지역 문학상까지. 출판된 책 중에서 선정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신작 공모상도 있다.
그러나 명확한 선정 기준이 제시되지 않거나 시상 분야가 들쭉날쭉한 것도 많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역대 수상작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상이 극소수에 지나지 않으며 작가 정보에도 수상 사실만 있을 뿐 작품과 수상연도는 밝히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제는 아동도서상이 어린이책 시장의 성장과 독자의 높아진 안목을 충족시키고 권위를 가지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수상 분야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지식정보책의 중요성과 출판량 증가를 감안하여 비문학을 별도로 두고 일러스트레이션은 그림책을 우선으로 하고 필요하면 글책의 삽화는 분리한다. 그리하여 적어도 시와 동화, 비문학, 그림책의 세 분야는 되어야겠다. 앞으로 아동문학 출판의 장르가 다양해지면 판타지 동화, 역사 동화 등 장르별 상도 필요할 것이다.
또 작가상과 작품상으로 나누자. 작가상은 국제 안데르센상처럼 작가로서 쌓은 업적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작가 생애에 한 번 수여한다. 작품상은 시상 이전 일정 기간 동안 발표된 작품 중에서 선정하되, 한 작품이 여러 상을 받을 수도 있어야겠다.
상의 공고, 심사, 선정 과정이 어린이책의 발전을 논의하고 작가, 출판인, 독자, 도서관 및 독서관련 종사자들이 두루 참여하는 축제의 장이 되며 수상작은 쇄를 거듭하고 필요하면 개정판도 나와 세월이 갈수록 더욱 빛나야겠다. 혹시 절판되더라도 도서관에는 소장되어 훗날 연구자들의 손길을 기다린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 책 칼럼니스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