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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고릴라 로마역에 서다

입력
2005.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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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식 지음정음 발행ㆍ1만800원

경북 영주 소백산 산골마을 사진관집 막내아들로 태어나 이젤 한 번 써보지 않고 서울예고에 합격한 촌놈 화가 이두식. 귀엽게 말해 ‘그림 그리는 고릴라’이지, 소설가 박완서가 처음 본 모습은 영판 ‘조폭’ 같았던, 젊은 나이에 미술협회 이사장을 지내고 지금 홍익대 미술대학장인 그가 그림 인생, 그림 그리는 법을 이야기하듯이 들려주는 ‘고릴라 로마역에 서다’를 냈다.

‘소묘는 그림의 기초이다’고 말하는 이두식은 소묘를 수련하면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것을 보는 능력이 어느 정도 생긴다’고 말한다. 제대로인 미술을 해내려면 각고의 노력으로 이런 기초를 닦아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일 테다. 하지만 그것은 천재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는 “누구든지 훈련을 하면 소묘를 잘 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한 뒤 “물론이다”고 답한다.

‘느낀 대로 감상하면 추상화도 어렵지 않다’ ‘얼굴의 특징을 그려야 초상화다’는 초보적인 작품 감상법과 작법은 물론 ‘자기 것을 찾아낸 것이 세계적인 그림이다’는 미술론, 한눈 팔지 않도록 울타리를 쳐주고 열중할 수 있는 감성과 체질을 길러주라는 미술교육론까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그는 또 전업작가을 두고 “유명세를 얻느냐, 얻지 못하느냐. 예술혼을 불태우는 화가에게 이 문제는 차후다. 열심히, 온몸을 불사르는 자세로 작품을 하다가, 좋은 기회가 와서 현실적으로 잘되는 경우밖에는 없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원고를 마무리하면서 들었을 생각을 책 머리에 이렇게 적었다. “누구든 화가가 될 수 있다. 화가이면서 다른 분야 전문가가 된 사람들은 세상에 많다.” 프로 못잖은 아마추어 화가를 꿈꾸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은 작은 용기를 심어준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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