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노래 반주기 제조업체인 엔터기술의 이경호(45) 사장은 가난하다. 이 사장은 시가총액이 1,600억원에 달하는 회사 지분을 10% 가량 보유한 160억원대 자산가이지만, 회사 주식 말고는 다른 재산이 없다.
이 사장이 ‘가난한 사장’이 된 것은 신용을 지키기 위해서다. 2003년 엔터기술이 코스닥에 상장되기 전 이 사장은 부도 위기에 몰린 적이 있다. 당시 이 사장은 부도를 내고 새 회사를 차리면 재무적으로 아무런 부담 없이 재기할 수 있었으나, 회사 지분을 저가에 넘기는 조건으로 외부에서 자금을 유치했다. 회사를 창업한 이 사장의 지분이 시공테크 대주주이기도 한 박기석씨의 지분보다 적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엔터기술의 올해 실적은 당초 예상보다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2분기 미국 시장 매출이 예상에 미치지 못한다”며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는 있으나 매출 1,200억원과 순이익을 300억원까지 끌어 올리지는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그러나 “회사의 미래는 아주 밝으며 결국 주가도 실적에 따라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터기술은 장기적으로는 노래 반주기 제조업체에서 탈피, 컨텐츠 제공업체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 사장은 “그동안 전세계에 팔린 노래 반주기가 150만개에 달한다”며 “150만개 반주기에 신곡을 공급하는 사업의 매출 비중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노래 반주기로 최신 유행곡을 부르려면 저작권 문제와 해당 노래의 디지털 반주곡 제작을 얼마나 빨리 해결할 수 있는가가 관건인데 이 분야에서 엔터기술은 독보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주당 400원(배당률 1.93%)을 배당한 엔터기술은 올해에는 현금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회사 성과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현금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저조한 2분기 매출에도 불구, 이 회사의 목표주가를 여전히 높게 잡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핵심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높은 이익 창출력은 훼손되지 않았다”며 목표주가를 3만1,000원으로 제시했다. 최근 이 회사 주가가 2만원 초반에 머물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50% 이상의 상승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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