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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단일광역자치안 통과/ 제주發 행정구조개편 전국 확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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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단일광역자치안 통과/ 제주發 행정구조개편 전국 확산 ?

입력
2005.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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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들이 일을 냈다. 27일 사상 최초로 실시된 제주도의 행정구조개편 주민투표에서 단일광역자치안(혁신적 대안)이 채택됐다는 사실은 전국적인 행정구조개편의 서곡을 의미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혁신안이 제주시 북제주군 서귀포시 남제주군 등 4개 기초단체를 2개 시로 통합하고 도에만 자치권을 부여하는 획기적 내용. 쉽게 설명하면 내년 지방선거부터는 4명의 선출직 시장, 군수는 없어지고 도지사가 임명하는 2명의 통합 시장만 있게 됐다.

그러나 시행유보의 점진안을 택한 도민들도 40%를 넘었고 투표율도 36.76%로 유효투표의 하한선(33.3%)을 간신히 넘겨 이번 투표결과가 ‘민심’을 올바르게 반영하는 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주민투표 과정에서 도와 기초단체 공무원들이 보인 첨예한 갈등도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의미와 향후 절차

혁신안은 4개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를 모두 폐지하는 대신 광역인 도의회의 의원 정수를 대폭 늘려 강화된 도지사의 권한을 견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혁신안 통과는 우선 행정의 비능률과 낭비 요인을 제거하자는 효율론이 받아들여진 결과로 평할 수 있다. 아울러 변화와 혁신을 통해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에 힘을 실어주자는 도민들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지역경제가 어려워 현행 유지안으로는 제주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도 한 몫 했다.

4개 기초자치단체가 2개로 통합되고 선출직 시장ㆍ군수가 임명직이 되면 일단 의사결정이 빨라진다. 통합시의 예산 규모가 4개로 나눠져 있을 때보다 커져 대규모 투자 사업이 가능해질 수 있다. 단일광역자치 실시로 첫해에만 863억원의 예산이 절감되며 10년 후에는 1,268억원의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교통망, 택지 조성 등 도시기반시설을 제주도 전체를 기준으로 배치 할 수 있다. 특히 중앙정부의 제주특별자치도 추진 구상에 보조를 맞춰 행정계층구조를 축소함으로써 중앙 정부의 적극적 지원도 기대할 수 있게 됐고 제주국제자유도시와 특별자치도 추진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갈등 봉합 등 남는 과제

혁신안의 통과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우선 지역의 자치성이나 자율성은 불가피하게 축소될 수 있다. 아울러 투표 과정에서 생긴 주민간 갈등의 골을 앞으로 두고두고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행정구조 개편으로 인한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초단체의 통합으로 자리보전이 힘들어지는 시ㆍ군 공무원들은 처음부터 혁신안을 반대했다. 이들은 점진안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들의 투표운동을 알게 모르게 지원하는가 하면, 투표 홍보에는 소극적으로 임하는 등 혁신안을 옹호하는 도 공무원들과 반대의 길을 걸었다. 혁신안 반대자인 김영훈 제주시장은 “서귀포시, 남제주군과 함께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이 남아 있으므로 그 결과를 보겠다”고 말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정부는 구조조정으로 공무원들을 강제로 내치지 않겠다고 하지만, 그렇더라도 신규 공무원 채용은 수년간 동결될 수밖에 없어 취업난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혁신안으로 막강한 파워를 얻게 되는 도청 공무원들은 “제주의 균형발전과 행정비효율 해소를 위해서는 행정개혁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기초단체 공무원들의 오해가 큰 것 같다”고 다른 의견을 밝혔다.

선관위측은 “투표과정을 거치면서 공무원들 혹은 시민단체들간에 깊어진 갈등을 빠르게 치유하고 이런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주민투표법을 손질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부작용은 있지만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앞으로 예고된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의 통합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와 전남 광양 순천 여수 통합 논의 등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평했다.

투표 안팎

이날 주민투표는 오전 6시부터 진행됐는데 오전 7시까지의 투표율이 고작 1.72%에 불과 비상이 걸렸다. 이 투표율은 지난해 제주도지사 재선거와 제주시장 보궐선거 당시 같은 시간대의 투표율인 2.9%보다 훨씬 낮았다.

투표율이 크게 저조하자 제주도와 선관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제주선관위는 방송국에 투표를 독려하는 문자방송을 긴급 의뢰하기도 했지만 휴가철인데다 많은 도민들이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현실적인 걸림돌 때문에 투표장으로 이들의 발길을 돌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행정구조 개편의 내용이 난해하고 이해당사자가 된 공무원들이 투표독려에 나서지 않은 점도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낮은 투표율 속에서도 눈에 띄는 적극적 투표자들도 있었다. 국토 최남단인 남제주군 대정읍 마라도 주민 27명은 오전 7시 어업지도선 마라호를 타고 모슬포로 나가 투표에 참여했다. 최고령인 104세의 김극배 옹은 부인과 함께 투표했다.

이번 주민투표에서는 국내 투표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에게 투표권이 부여됐다. 영주권을 취득한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주민투표법에 따라 만 20세 이상의 영주권이 있는 대만 국적 화교 111명, 일본인 3명 등 모두 114명에게 투표권이 주어졌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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