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주 5일 시대. 매주 닥치는 이틀의 휴일은 허망하게 지나기 십상이다. 알차게 보내는 방법 뭐 없을까?
‘올빼미 투어’, ‘밤도깨비 여행’, ‘황금박쥐 투어’….
휴일 2일에다 금요일 저녁, 월요일 새벽 시간을 더 해 3,4일 일정으로 떠나는 해외 여행을 일컫는 이름들이다. 시간을 쥐어 짠 이 여행은 생각보다 가격도 저렴하다. 알뜰한 당신이 떠나는 여행. 지금 쇼핑 페스티벌이 열리는 홍콩으로, ‘올빼미’가 되어 날아보자.
♡ 금요일
PM 05:30
마음만 급하다. 내 머리는 이미 홍콩의 상공을 날고 있는데 시간은 왜 이리 더디 가는 걸까. 6시가 되길 기다리며 책상 밑의 배낭만 자꾸 매만질 뿐이다.
PM 08:00
공항에 도착. 여행사 직원에게서 비행기 표를 받아 들고 수속을 시작했다. 밤 10시면 드디어 비행기가 뜬다.
♡ 토요일
AM 00:10(이후 현지 시각)
홍콩 첵랍콕 공항 도착. 열대의 무더위를 피해 서둘러 버스에 올라타고 호텔로 향했다. 피곤함은 졸음으로 몰려온다. ‘빨리 자고 홍콩의 아침을 맞아야지.’
AM 10:00
느지막이 호텔 문을 나섰다. 지도를 펼쳐 들고 아침 일정을 짠다. “일단 주변을 산책하고 MTR(홍콩 지하철)로 센트럴에 가서….” 즉석 계획을 세웠다. 이제 본격 홍콩 여행 출발이다. 고층 빌딩 숲의 이국적인 분위기에 가슴이 뛴다.
PM 07:30
습한 열대의 폭염 속 주룽반도의 침사추이에서 몽콕까지 걷고 또 걸었다. 분수처럼 솟는 땀방울. 중간 중간 보이는 맥도날드에나 들러 잠시 몸을 식혀보지만 그 때 뿐이다. 볼 것은 많고 시간은 없고, 욕심이 부른 고난이다.
PM 11:50
백만불짜리 야경을 담느라 침사추이와 페리, 빅토리아 피크까지 계속 이어진 강행군. 덕분에 저녁 타임을 놓쳤다. 자정 가까워서야 겨우 도착한 숙소. 인근 허름한 식당에서 몸의 언어로 주문해 차려진 음식과 맥주 한잔. 간절했기에 너무나 달콤했고, 말할 수 없이 시원했다.
♡ 일요일
AM 10:00
어제 무리한 탓에 오늘 일정은 가볍게 잡았다. 쇼핑몰은 지긋지긋하게 봤으니 오늘은 홍콩섬의 해안가로 돌아볼 작정이다. 지하철 대신 버스를 갈아타고 다녀야 하는데 조금은 걱정이다.
PM 11:00
호텔에서 짐을 찾아 공항에 도착했다. 땀에 찌든 옷과 머리가 끈적거린다. 공항 화장실에서 청소부 아저씨 눈치 봐 가며 대충 땀을 씻어내고 옷도 갈아 입었다. 공항 노숙자라도 된 느낌 .
♡ 월요일
AM 01:40
인천행 비행기 출발. 되새겨 보니 짧지만 긴 여행이었다. 사전 공부도 부족했고 욕심만 앞선 탓에 몸이 힘들었지만, 그 힘듦으로 새겨진 깊은 기억. 좌석에 머리를 대자 마자 졸음이 몰려온다.
AM 06:20(한국 시각)
인천 공항 도착. 바로 사무실로 출근해야 한다. 머리도 몸도 천근만근. 비행기에서의 3시간 잠만으로 하루를 버텨야 한다는 생각에 그저 막막하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또 머지않아 떠나지 못해 안달할 나를 알기 때문이다.
홍콩=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올빼미 여행지 '홍콩'
향기 나는 항구, 홍콩(香港)은 독특한 매력의 도시다. 쇼핑과 음식의 천국, 백만불 짜리 야경, 천 가지 얼굴 등 홍콩 하면 으레 붙는 수 많은 수식어로도 매력을 다 표현할 수 없다. 한 번 방문한 이들을 계속해서 찾게 만든다는 홍콩의 중독성에 함께 빠져보자.
♣ 쇼핑의 천국 홍콩
홍콩은 뭐니 뭐니 해도 쇼핑의 천국. 도시 전체가 거대한 쇼핑 타운이다. 특히 한여름에는 쇼핑 페스티벌까지 열린다. 6월 25일 시작한 올해의 여름 쇼핑 페스티벌은 8월 31일까지 이어진다. 홍콩은 원래 면세 지역이라 가격이 저렴한데다 축제 기간에는 추가 할인이 보태져 세계 쇼핑 마니아들의 가슴을 들뜨게 한다.
세련된 쇼핑을 원한다면 홍콩섬의 센트럴, 깜종, 코즈웨이 베이와 주룽 반도의 침사추이가 적당하다. 초고층 최첨단의 빌딩이 군집한 센트럴(Central)에선 모든 쇼핑몰들이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어 비 맞을 걱정 없고 더위도 피할 수 있다.
대표적 쇼핑 몰인 IFC 몰에는 중저가부터 명품까지 웬만한 제품은 다 입점해 원 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센트럴과 인접한 깜종(金鐘)도 쾌적하고 세련된 스타일의 패션으로 유명하다. 코즈웨이 베이(Causeway Bay)는 서울의 명동과 같은 분위기다. 불쑥불쑥 솟은 대형 백화점들과 많은 상점들이 밀집해 있다. 타임스 스퀘어, 소고 백화점, 리 시어터 플라자 등이 유명하다.
침사추이 거리의 하늘은 울긋불긋 거대한 간판들로 빼곡하다. 시끌벅적한 홍콩스러움과 함께 잘 단장된 상점들이 묘하게 조화된 곳이다. 흥미진진한 쇼핑을 위해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이다. 홍콩 최대의 쇼핑몰 하버 시티도 여기 있다.
재래 시장의 아기자기함과 홍콩 서민의 체취를 만끽하기에는 몽콕이 제격이다.
홍콩의 서민들로 북적거리는 몽콕은 가장 홍콩스런 공간이다. 금붕어시장, 새시장, 꽃시장, 옥시장, 레이디스 마켓 등 다양한 뒷골목을 품고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템플 스트리트 야시장은 지금은 동대문 운동장으로 옮긴 황학동 벼룩 시장을 연상케 한다.
♣ 백만불짜리 홍콩 야경
전세계에서 최고의 야경을 꼽는다면 단연코 홍콩이다. ‘백만불짜리 야경’이란 말이 허황되지 않는 황홀한 빛의 축제다.
주룽 반도 남단의 침사추이에서 보이는 홍콩 섬의 빌딩군들은 뉴욕 맨해튼의 마천루가 주는 감동 그 이상이다. 특히 어둠이 깔린 뒤에는 빌딩들에서 뿜어내는 불빛들로 황홀하다. 이 불빛의 파노라마를 더욱 화려하게 채색하는 것은 ‘심포니 오브 라이트’.
작년 1월부터 매일 오후 8시부터 18분간 홍콩섬의 마천루 18개 빌딩에서 불꽃을 쏘아 올린다. 색색의 서치라이트 빔이 더해져 탄성을 자아낸다. 침사추이 중 연인의 거리로 불리는 워터 프론트. 스피커를 통해 로맨틱한 음악을 들으며 이 경치를 보려는 이들로 언제나 북적거린다.
‘심포니 오브 라이트’가 끝나면 연인의 거리 끝의 페리 선착장에서 스타페리를 타고 홍콩섬의 심장부 센트럴로 건너가자. 10분의 시간, 2.2 홍콩달러(한화 270원)로 야경의 아름다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신기함을 맛볼 수 있다.
홍콩을 한눈에 내려다 보는 빅토리아 피크 또한 침사추이 연인의 거리 못지 않은 야경 명소. 점점이 보석을 흩뿌려 놓은 듯, 빛의 그림으로 찬란하다.
빅토리아 피크는 야경도 야경이지만 그 곳까지 올라가는 피크트램을 타는 재미가 절반이다. 1888년에 만들어진 전차로 45도 가까이 되는 급경사를 오르내리는데 오른쪽 창문으로 비스듬히 보이는 야경 또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왕복하는 데 30 홍콩 달러다.
♣ 수상족이 사는 홍콩섬 남부
홍콩의 번잡함에 지쳤다면 홍콩섬의 남부로 향할 일이다. 아늑하고 조용한 색다른 홍콩을 만날 수 있다. 남쪽 해안가의 애버딘(Aberdeen)은 아주 독특한 항구다. 고층 아파트 밑으로 배에서 생활하는 수상족의 낡은 배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다.
또 초호화 선상 레스토랑과 고급 요트들이 나란히 정박해 있어 묘한 어울림을 보여준다. 수상족의 생활이 궁금하면 폐타이어를 잔뜩 두른 낡은 배 삼판선을 타고 항구를 둘러보면 된다. 화려한 홍콩 이면의 지극히 서민적인 풍경을 목도할 수 있다.
오션파크와 가까운 스탠리(Stanley)는 지중해 연안의 유럽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밝고 산뜻한 마을이다.
해변을 끼고 각종 공예품과 옷을 파는 오밀조밀한 시장이 있고, 바다를 바라보며 길게 노천 카페가 늘어서 있다. 먼 바다를 수놓는 윈드 서핑의 화려한 돛의 물결을 바라보며 쾌적한 식사도 할 수 있다.
홍콩=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올빼미 여행이란
올빼미 여행은 주 5일 시대 직장인을 위한 해외 여행 상품이다. 배낭 여행 등 일반 자유 여행과 다른 점은 금요일 퇴근 이후 출발해 월요일 제시간에 출근할 수 있도록 새벽에 도착한다는 것. 금요일 퇴근에서 월요일 출근까지 60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올빼미 여행은 3년 전 처음 기획돼 일본 도쿄 상품이 큰 히트를 친 이래 작년 홍콩에 이어 올해 오사카, 상하이 등으로 확산됐다. 올빼미 여행의 항공편은 일반 노선이 아닌 특별 전세기다. ‘올빼미’의 일정에 맞추려면 일반 노선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년 내내 매주말 운영되던 도쿄 상품은 최근 전세기를 운항하던 스카이마크 항공사의 국내 사정에 따라 잠시 중단된 상태다. 홍콩은 캐세이패시픽 항공이 전세기를 띄운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7, 8월 쇼핑 페스티벌에 맞춰 5회 운영된다. 올 여름 대한항공 전세기로 진행되는 오사카 1박 3일 일정은 30일부터 8월 20일까지 4번 이뤄진다. 상하이는 동방항공편으로 올 여름 9월 23일까지 10여 회 진행된다. 에어마카오 편을 이용한 홍콩ㆍ마카오 상품도 올 여름 새롭게 선보였다.
올빼미 여행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여행박사(www.tourbaksa.com)의 ‘홍콩 황금박쥐 투어’는 29일, 8월 5일 출발이 49만9,000원니다. 또 8월 12일 출발 상품은 59만9,000원이다. 여느 올빼미 여행과 마찬가지로 항공편과 호텔 숙박ㆍ조식 등만 포함된 가격이다. (02)730-6166,7
‘아는 만큼 보인다’는 여행 명제는 기간이 짧고 자유 여행인 올빼미 투어에서 더욱 절실하다. 미리 여행 서적이나 인터넷 등으로 사전에 공부를 해 둬야 현지에서 애를 먹지 않는다. 너무 많은 곳을 돌아보기 보다는 몇몇 지역만 뽑아 심도 있게 돌아보는 것이 현명하다는 게 여행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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