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야구팀으로 유명한 충주성심학교 박상수 코치의 목표는 소박하다.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9회까지 가는 것이다. 물론 전국대회 1승도 빼놓지 않는다.
충주성심학교는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 3년째 출전한다. 2002년 9월 창단 후 이듬해 33회 봉황대기를 통해 전국대회 데뷔전을 치러 성남서고에 1-10 콜드패를 당했고 지난해 역시 세광고에 0-10으로 졌다. 전국대회 6전 전패. 단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그래서 충주성심학교는 ‘야구팀’이라기 보다는 ‘장애인팀’으로서 더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올 무등기 고교야구대회 때도 그랬다. 지역예선에서는 탈락했지만 장애인팀이기에 ‘특별 초청’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팀이 많이 달라졌다. 전주고와의 맞대결에서 창단 처음으로 9회까지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6-9로 패했지만 6회까지는 5-2로 앞서 나갔다. “다 잡았던” 경기를 놓친 박코치는 허허 웃었다. “1회 타자 일순하며 무려 4점이나 올렸어요. 뒷심 부족으로 졌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경기였죠.”
전국적으로 호우가 쏟아져 봉황대기 개막이 하루 늦춰진 28일. 충주성심학교는 광주에서 광주일고와 연습경기를 했다. 전날 광주동성고에 1-9로 패한 충주성심학교는 이날 5회까지 6-3으로 이기다가 비 때문에 경기를 중단했다. 연습경기는 수도 없이 했다. 그 중 딱 두 번 이겼다. 열흘 전에 강릉고에 승리했고 봄에는 선린인터넷고를 따돌렸다. 물론 상대 팀이 봐 주긴 했다. 그래도 요즘에 덜 봐준단다. “상대 투수는 좀 약한 2,3선발이 나오긴 해도 타선은 주전으로 꽉꽉 채워요. 그 만큼 우리 실력이 무서워진 거죠.”
충주성심학교는 다음달 3일 대구의 강호 상원고와 1회전에서 맞붙는다. 대망의 1승이 힘들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없다. 충주성심학교는 대회 참가신청서의 팀 장점란에 이렇게 썼다. “어떤 팀을 만나든 두려움 없이 경기에 임한다.”
한편 28일 개막될 예정이던 35회 봉황대기는 우천으로 전 경기일정이 하루씩 순연됐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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