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최근까지 X파일의 실체를 몰랐을까. YS정부 때 이뤄진 불법도청이 DJ정부 때 덮어졌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면서 현 정권의 사전 인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도청팀인 미림을 해체시킬 당시 국정원 고위직에 있던 인사 중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 이강래 의원 등이 포함돼 있는 것도 이런 궁금증의 한 이유다. 한나라당 김무성 사무총장은 28일 “불필요한 정쟁을 끝내기 위해 문 의장 등의 양심고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여권의 공식적 대답은 “몰랐다”는 것이다. 청와대 김만수 대변인은 “테이프 존재 사실을 몰랐다”고 밝힌 바 있고, 국정원 역시 “99년에 유출된 테이프를 수거한 뒤 전량 소각했다”고 설명했다.
DJ정부에서 초대 안기부 기조실장을 지낸 이강래 의원도 “아는 내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천용택 전 국정원장의 취임 직후 국정원을 떠났던 문희상 의장은 “천 전 원장 때 처음 알려진 내용 아니냐”며 “미림팀의 존재에 대해서도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 핵심부가 X파일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은 끊이질 않는다. 우선 이 의원과 문 의장이 DJ정부 초기(98년 3월~99년 6월) 안기부ㆍ국정원 개혁을 주도하면서 구 여권 인맥을 솎아내는 실무를 맡았다는 점이 논거로 제시된다.
한 정치권 인사는 “정보기관 내부를 정리하면서 미림팀의 실체를 몰랐겠느냐”며 “대규모 해직 대상에 미림팀원들이 포함됐던 만큼 바깥에서라도 시끄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국정원 직원도 “기조실장을 거쳐간 인사들이라면 나중에라도 관련 내용을 파악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여권 내에 X파일 내용이 입 소문을 탔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한 초선의원은 “지난해 말부터 몇몇 자리에서 들은 적이 있다”며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율사 출신인 한 의원도 “작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당시 X파일의 녹취록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여당 일각에선 “과거 정부 모두를 겨냥한 X파일과 대규모 정계개편이 전제된 연정 구상이 동시에 터져 나온 건 의미심장한 일”이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어 시선을 모은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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