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말팔초(7월말 8월초)는 가장 많은 피서 인파가 도심을 떠나는 시기. 민족 대이동이란 추석과 설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날씨 또한 만만치 않다.
여름은 더워야 제 맛이라고 하지만 이건 좀 심하다. ‘피서=고생’이라는 등식이 만들어지는 시기이다. 전국 어디를 가도 사정은 비슷하겠지만, 그나마 조금 나은 곳을 찾기 마련.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8월의 가볼만 한 곳’에도 이런 고심의 흔적이 어려 있다. ‘강원 삼척’, ‘충남 천안’, ‘전북 부안’, ‘전남 해남’ 등 4곳이 선정됐다.
♬ 삼척-조용한 해수욕장과 마을이 있는 곳
대한민국에 수많은 도로가 있지만 7번 국도만큼 아름다운 곳은 찾기 어렵다. 함경 용성에서 부산 영도다리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백두대간과 동해바다가 나란히 달리는 곳으로, 호주의 그레이트 오션로드에 비길만하다. 삼척은 이 중에서도 바다를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곳.
맹방 해수욕장은 삼척을 대표하는 해변이다. 넓은 백사장에 완만한 수심은 가족 여행의 최적지. 뒤로 펼쳐지는 소나무 숲이 아름다운 해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주인공 유지태가 파도 소리를 녹음하던 곳. 맹방과 인접한 덕산 해수욕장은 곱디 고운 은빛 모래가 길게 이어진다.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 무덤이 있는 궁촌 마을과 황영조가 어린 시절 마라토너를 꿈꾸며 달렸던 초곡 마을도 삼척에서 만난다. 국내 최초의 남근 공원인 해신당 공원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어촌 민속 전시관에는 동해 주민들의 고단한 삶이 보인다. 삼척시 관광개발과 (033)570-3544
♬ 천안-다양한 문화체험도시
KTX와 수도권 전철의 개통으로 충남 천안이 가까워졌다. 천안 인터체인지 인근의 우정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우표를 비롯, 우체통, 우편 가방 등 다양한 우정 관련 자료를 한데 모아 놓은 곳. 박물관 위에는 야외 조각 공원과 물 썰매장이 있어 관람과 체험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독립기념관은 지금도 학생들의 답사 1번지. 우리나라의 독립사를 볼 수 있는 많은 사료가 전시돼 있다. 3ㆍ1 만세 운동이 처음 일어난 아우내 장터는 지금 전국 최대의 순대 골목으로 변모했다.
2개의 개천이 모인다는 뜻의 아우내는 병천(竝川)이라는 한자식 표기로 바뀌어, ‘병천 순대 골목’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쫄깃한 육질과 담백한 국물맛이 좋아, 전국에서 일부러 이 곳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매주 토, 일요일 오전 10시 천안역에서 출발하는 ‘천안 순환 관광 버스’를 이용해 시티 투어에 참가하면 보다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다. 천안시청 문화관광과 (041)550-2032
♬ 변산반도-월명암의 상사화와 솔섬 낙조
국립공원 변산반도는 서해쪽 해안 지대를 낀 외변산과 내륙의 산악 지대인 내변산으로 나뉜다. 내변산 쌍선봉 아래에 자리한 월명암 일대에는 8월 하순이면 노란색 상사화가 흐드러지게 핀다.
월명암 등산은 내변산 매표소에서 봉래곡을 거치거나, 남여치 매표소에서 비탈길을 거슬러 오르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내변산 매표소에서 출발, 봉래곡과 월명암을 거쳐 남여치로 하산하는 코스가 무난하다. 2시간 30분가량 소요. 월명암 부근의 낙조대는 내변산 최고의 일몰 감상 지점.
굳이 낙조대까지 올라갈 필요도 없다. 채석강을 비롯한 외변산 바다에서도 황홀한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의 솔섬 너머로 지는 해는 섬과 바다, 하늘을 모두 발갛게 달궈 현란하기까지 하다. 부안군청 문화관광과 (063)580-4449
♬ 해남-아름다운 낙조와 미황사
해넘이에 있어 빠질 수 없는 곳이 있다. 육지의 남단 해남의 송지 해변과 중리 해변이다. 송지 해변은 얕은 바닷가로 뻗어가는 방파제를 배경으로 저무는 해가 장관이다. 여기서 땅끝마을 방향으로 더 내려가면 중리 해변이 나온다.
밀물 때는 섬이 되고 썰물 때는 육지가 되는 시루섬(烝島)과, 밀물 때는 두 개의 섬으로 보이다 썰물 때는 하나의 섬으로 연결되는 대섬(竹島)을 거느리고 있다. 바닷길이 열리면 열린 갯벌 체험장으로 변한다. 드라마 ‘허준’의 유배 장면 촬영지로 알려진 곳이다.
미황사는 우뚝 솟은 바위를 배경으로 단아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절이다. 20여동의 가람을 가진 거찰이었으나 지금은 절반 정도로 규모가 줄었다.
하지만 보물 947호인 대웅보전, 보물 1183호인 응진당과 명부전 등 남은 건물 하나 하나는 정겹기만 하다. 해남군청 관광진흥과 (061)530-5224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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