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마당가에 앉아 있으면 매미소리로 정신이 멍할 때가 있다. 낮에 우는 매미가 따로 있고 저녁에 우는 매미가 따로 있다. 낮에는 맴맴 하고 우는 참매미와 한 번 울었다 하면 온 동네가 들썩한 말매미, 날개가 기름먹인 종이처럼 반지르르하게 빛나는 유지매미가 주로 운다. 저녁에 쓰륵쓰륵 하고 떼를 지어 우는 것은 쓰르라미다.
매미는 자기가 앉은 나무에 배를 차며 운다. 나무에 배를 찰 때마다 배와 가슴 사이의 떨림판에서 소리가 나는 것이다. 우는 놈은 수놈이고, 암놈은 떨림판이 없다.
낮에 종일 매미소리를 듣다 보면, 갑자기 비가 내려 매미가 울지 않는 시간에도, 또 한밤중에도 마당에 나서면 마치 이명처럼 매미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혹시 내 귀가 잘못되었나 몇 번 후벼보아도 작지만 틀림없는 매미소리다.
어릴 때는 왜 그런지 몰라 “형아, 내 귀에 매미가 사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그러면 형도 자기 귀도 그렇다고 했다. 그때는 왜 이러지, 하고 서로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한밤중에도 내 귀에 들리는 그 매미소리는 이명이나 헛소리가 아니라 실제로 낮 동안 공기 중에 녹음되어 있는 매미소리가 다시 들리는 것이라고 했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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